연료가 썩는다고?…해운업계, 끝없는 '코로나 리스크'

"기존연료보다 부패 속도 빨라"…생산·저장 상태 중요

입력 : 2020-06-01 오전 6:09:20
[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해상 운임과 물동량이 하락하면서 해운업계 상황이 녹록지 않다. 화물 확보 어려움이 가중되는 가운데 이번에는 선박연료유 품질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제해사기구가 올해부터 황산화물(SOx) 배출규제를 시행하면서 저유황유(VLSFO)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1월에는 톤당 가격이 70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해상 운임과 물동량이 하락하면서 해운업계 상황이 녹록지 않다. 화물 확보 어려움이 가중되는 가운데 이번에는 선박연료유 품질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항만에 세워진 컨테이너선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선박 운항이 줄면서 선박연료 수요도 줄었다. 또 국제 유가가 하락한 틈을 타 싼값에 원유를 사들여 선박에 보관하면서 선박 연료유 재고도 쌓였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5월22일 기준 황함유량이 0.5% 이하인 저유황유 2290만배럴이 육상 또는 부유식 저장소에 실려 있었다 . 지난 3월에는 1500만배럴 수준이었지만 그새 790만배럴이 늘었다. 
 
그런데 선박 운항이 재개되면서 저유황유 사용이 늘자 연료 품질 우려가 나왔다. 영국 선급협회 로이드선급은 "몇달 이상 보관된 저유황유를 사용한 선박들로부터 연료 품질 문제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들어 저유황유 가격이 270달러까지 떨어졌지만 여전히 고유황유보다 비싸다. 앞으로도 저유황유 가격은 고유황유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연료 품질 문제는 비용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에너지 정보분석업체인 S&P 글로벌 플래츠는 "선주들은 장기간 보관돼 온 VLSFO를 소비할 필요가 있다면 더욱 신중할 것을 당부한다"며 "저유황유는 장기 보관시 침전물 발생현상이 가속화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선박 연료유도 보관기간이 길면 부패한다. 그동안 사용했던 고유황유는 연료내 황함량이 높아 보관기간이 길었다. 황이 방부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유황유는 고유황유보다 황 함량이 낮아 방부제 기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고유황유는 황함량이 높아 장기 보관이 가능한데, 저유황유는 방부제 기능이 약해 오랫동안 보관할 수 없다"며 "생산 방식과 저장 상태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저유황유는 고유황유보다 더 빨리 부패된다"고 우려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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