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현 중기IT부 기자
1촌, 파도타기, 도토리, 배경음악(BGM), 미니홈피…. 2000년대 국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지위를 누리던 싸이월드를 생각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단어다. SNS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하던 시절, 이용자들은 주변 사람과 1촌을 맺고 미니홈피를 방문해 방명록에 글을 남기며 추억을 남겼다.
2000만에 육박하는 가입자를 확보했던 싸이월드가 다시 한번 존폐 기로에 놓였다. 세금 체납을 이유로 담당 세무서가 직권 폐업한 것으로 알려지며 이용자 추억까지도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사업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서비스를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지만 과연 싸이월드가 서비스 자체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싸이월드는 지난해 10월에도 접속 불가 사태를 겪으며 서비스 종료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당시에 도메인 등록 만료일이 한달 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까지 더해지며 싸이월드가 정말 문을 닫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지만 싸이월드는 도메인을 1년 연장하며 서비스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서비스 '연명' 수준의 조치가 근본적인 사업 개선책이 될 순 없다. 싸이월드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해외 SNS에 자리를 내준 이후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 블록체인 콘텐츠 플랫폼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했지만 결국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과거, 이용자에게 SNS라는 신선함을 던진 서비스가 아닌 기존 사업을 재탕하는 수준에 머무른 탓이다.
현재 싸이월드는 서비스 지속성을 담보할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가장 먼저 이용자에 따라 접속 자체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접속 오류를 어떻게 해결할지 설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 안정성이 의심받는 사업자가 이용자를 다시 모으고 부활을 꿈꾸는 것은 사실상 꿈으로 끝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이마저도 어렵다면 차라리 '아름다운 퇴장'을 준비하며 사업자의 마지막 임무를 완수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데이터 백업, 데이터 유실 방지 등의 조치 말이다.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은 사업자 책임이지만 이용자 역시 안전한 서비스 이용을 위한 책무를 다해야 한다. 신선한 서비스를 찾아 새로운 서비스를 선택하는 것은 이용자 자유지만, 더는 사용하지 않는 서비스의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관하거나 삭제하는 등 절차를 잊지 말아야 한다. 쉽게 잊고 사는 기본적 조치를 수행해야 할 책임이 이용자에게도 있다. 국민 SNS 싸이월드의 씁쓸한 퇴장을 바라보며 서비스 사업자의 의무와 이용자 책무를 다시 한번 생각할 때다.
김동현 중기IT부 기자(esc@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