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10대 남학생을 성폭행했다는 혐의로 징역 10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던 보습학원 여강사가 학생의 병원 진료기록 덕분에 누명을 벗게 됐다.
11일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13세 미만 미성년자 강제추행 등)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사건은 당시 10대였던 B와 C군이 다니던 학원의 강사 A씨에게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신고하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2016∼2017년 A씨가 학원이나 차 안에서 강제로 입을 맞추는 등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했다고 주장했으며, 학원에서 A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도 진술 했다.
1심 재판부는 B와 C군의 상황 진술이 구체적이고 논리적인 점 등을 근거로 이들의 진술이 믿을 만하다고 봤다. 이들은 1심에서 신체 접촉 당시의 상황뿐만 아니라 서로 주고받은 대화나 문자메시지까지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A씨는 B군이 성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한 날 지방흡입 시술로 병원에 입원 치료 중이었다고 진술했으나 재판부는 입원 치료 중이라고 해도 범행 사실을 완전히 부정할 수 없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A씨는 1심에서 징역 10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진실 공방을 벌이던 A씨와 학생들의 판결은 2심에서 뒤집혔다. 성폭행을 당했다고 했던 당일 B군의 병원 진료 기록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앞서 B군은 당일 이유 없이 학교에 가기 싫어 결석을 했고, 이 사실을 알게 된 A씨가 자신을 학원으로 불러내 성폭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일 학교 출결 기록에서 B군의 결석 사유는 ‘다리 골절’로 나왔으며, 병원 진료 기록에서도 B군이 인대 파열로 병원에서 부목 고정 처방을 받은 것이 확인됐다.
재판부는 B군에게 결석 사유를 다르게 진술한 이유를 물었으나 B군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차량에서 추행을 당했다는 C군의 진술 역시 허점이 드러났다. C군은 A씨가 학원 차량에 함께 탄 다른 아이들을 내리게 한 뒤 자신을 추행했다고 주장했지만 다른 아이들에게 내리라는 말은 주로 C군이 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B군이 성폭행 당시 상황을 매우 구체적으로 기억해 진술하면서도 결석 사유에 대해서만 기억을 하지 못하는 점을 의심했다. 2심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으며 대법원도 검사의 상고를 기각, 무죄가 확정됐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