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성희기자] 미국과 유럽 투자자들의 국내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이에 따른 대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1일 ‘캐리 트레이드 확산 영향과 기업의 대응 보고서’를 통해 “남유럽 재정위기와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투자자들의 불안심리가 증가하고 있어 캐리트레이드 자금의 청산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만큼 이에 대한 대책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남유럽 재정위기-천안함 사태로 자금 청산 가능성 높아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자금이란 금리가 낮은 나라에서 돈을 빌료 고금리 국가에 투자하는 거래로, 과거에는 저금리 통화인 엔화에 투자하는 통칭 ‘와타나베 부인’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미국이 금융위기에 따른 초저금리 정책을 펼치면서 미국 투자자금인 ‘스미스 부인’이 국내에 많이 유입돼 있는 상황이다.
상의는 한국에 들어와 있는 외국계 투자자금 가운데 주식에 투자되고 있는 투자자금(4월말 기준)은 43조원으로 이중 캐리 트레이드 자금은 약 10.8조원(25% 내외)정도로 추정했다.
보고서는 최근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성격에 대해 캐리 트레이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대부분이 투기자본으로 해당 국가의 경제상황에 따라 단기간에 걸쳐 유입되거나 청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캐리 트레이드 자금은 외환시장 안정과 자본시장 활성화에 기여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짧은 기간 내 자금의 유입과 유출이 반복될 경우 자본시장의 급격한 버블 형성과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도 경제에 부담
상의는 미국 내 경기 상황 개선으로 인한 금리인상과 남유럽 재정위기, 천안함 사태 등으로 최근 달러 캐리 트레이드는 청산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며 특히 미국 경제지표 호전 등으로 올해 4분기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경우 금리 차익에서 오는 수익률 하락으로 국내에 투입된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청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다.
또 남유럽 재정위기와 천안함 사태 등과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도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회수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남유럽 재정위기가 스페인, 헝가리로 확산될 기미를 보이고 천안함 사태로 남북기장이 고조돼 위험성이 큰 대신 고수익이 보장되는 국내시장을 떠나려는 상황이라며 이는 최근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매도로 돌아선데다 한국의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 증가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달러 캐리 트레이드 청산은 외국인의 국내자산 매도를 유발하여 자본유출 확대를 가져오며 이는 환율 급등과 금융시장 불안을 증대시켜 국내 기업의 자금사정 악화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미국의 금리 인상은 캐리 트레이드 청산뿐 아니라 국내 금리 인상에도 영향을 주어 자산 가격하락과 환율 급등 외에 경제에 추가적인 부담을 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다.
국고채 50bp 인상 시 소비와 투자 감소에 따른 내수시장 위축으로 국내 GDP는 연평균 0.3%p 하락하고 민간소비는 0.23%p 감소하며 설비투자 또한 0.67%p 줄어들어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유럽 투자자 모니터링도 필요
또 상의는 ‘소피아 부인’으로 일컬어지는 유럽 투자자들에 대한 모니터링도 당부했다.
유럽경기 침체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유럽 중앙은행은 지난 1년간 이어온 1%의 저금리 정책을 고수할 것이라며 유로 캐리 트레이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것을 조언했다.
유로 캐리 트레이드의 활성화로 유로화 가치가 하락해 상대적으로 유럽 기업과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달러 부채 부담이 늘고 이에 따라 ‘소피아 부인’들이 국내에 투자된 자금을 회수한다는 시나리오다.
또한 유럽 통화가치 하락지속은 대유럽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전체 수출에서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14.2%)이 높은 국내 수출 경기에도 적신호가 켜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권혁부 대한상의 금융세제팀장은 “최근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청산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부는 해외차입 부채의 관리강화 자본시장 버블 형성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히고 “기업은 철저한 환리스크 관리를 통해 환율변동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