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정치권에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의 사의 표명을 계기로 외교안보라인에 대한 쇄신론이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 차기 통일부 장관은 남북교류와 협상분야에서 실무적 경험이 풍부한 인물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북한 내부 사정에 정통한 전문가로서, 양국 간의 활발한 교류·협력을 통해 남북관계를 복원하는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사여야 한다는 것이다.
18일 <뉴스토마토>가 인터뷰한 대북 전문가 상당수는 차기 통일부 장관에게 좀 더 많은 권한이 주어져서 통일·대북 정책을 주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현재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상에서 통일부 장관의 역할이 사실상 배제·축소돼 있기 때문에 대북정책을 추진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따랐다는 지적이다.
차기 통일부 장관으로 정치권에서는 이인영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근 북한의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으로 인해 통일부 장관을 포함한 외교안보라인 교체·책임론이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남북정상 간 판문점선언과 평양선언 이후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을 거치면서 구체적 성과나 노력이 부족했고 이것이 북한을 자극해 관계악화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안일한 대북, 대미 대응에 비판도 나온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에서 "대북 전단과 같이 실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관련 부처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며 "정부가 한반도 평화와 번영 위한 대통령의 의지를 제대로 뒷받침하고 있었는지 점검해봐야 한다"고 외교안보라인을 질타했다. 김두관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협력 방침을 뒷받침할 강단 있는 인사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일부 장관이 교체될 경우, 차기 후보로 이인영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현 정권에서 핵심 역할을 했던 인사들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이들은 문 대통령의 복심 또는 현 정권에서 상당한 역할을 했던 인물들이다. 정부의 대북정책에 힘을 실을 수 있는 상징적인 인물이라는 점에서 후보로 거론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이들이 실질적인 대북정책을 실행에 옮기기에는 조금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남북관계가 어려운 상황에서 북한에 대해 잘 모르는 정치인이 장관이 된다고 하면 결국은 얼굴 마담 역할만 하고 끝날 수밖에 없다"며 "현 상황을 냉정하게 파악하고 전략적 사고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이 장관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차기 통일부 장관으로 실무형 인사로는 이용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 천해성 전 통일부 차관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반면 정치권 안팎에서는 남북관계에 경험있는 실무형 장관이 들어서서 통일부를 진두지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이용선 민주당 의원과 천해성 전 통일부 차관 등이 꼽힌다.
이용선 의원의 경우에는 민간 대북지원단체인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대표로 남북교류지원 사업에 앞장서왔다. 남북관계가 평창동계올림픽이라는 체육교류를 통해 급진전을 맞은 것처럼 민간 교류협력을 시작으로 다시 남북관계를 복원해야 한다면 이 의원이 차기 통일부 장관으로 적임자라는 평가다. 그동안 민간교류를 통해 하마평에 오른 인물들보다 비교적 북한 내부 사정에 정통하고 좀 더 유연한 대북정책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이 의원이 현 정부에서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을 지내며 문 대통령의 대북 철학을 그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고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천해성 전 차관도 관료 출신으로 대표적인 대북 정책통이자 남북회담 전문가로 꼽힌다. 통일부 통일정책실장과 남북회담본부 본부장, 대변인, 인도협력국장 등 통일부 요직을 두루 거쳤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이후 첫 통일부 차관으로서 현 정부의 대북 기조를 잘아는 경험있는 인사로 꼽힌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천 전 차관을 두고 "남북관계를 복원해야 하는 중차대한 지금 시점에서 가장 적절한 인물"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