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국산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행보가 속도감을 더해감에 따라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특히 일부 제약사에서 치료제 후보로 높은 성공 가능성이 점쳐지는 약물재창출 방식을 선택해 주목받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나친 낙관은 지양해야 한다는 우려도 상존한다. 잦은 변이를 일으키는 신종 바이러스성 감염병에 대한 정복 난이도를 비롯해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코로나19 치료제 임상계획을 승인 받거나 승인 준비 중인 주요 기업들의 주가는 최근 3개월간 최대 30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국내사 가운데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계획을 승인 받은 곳은 부광약품과 신풍제약, 엔지켐생명과학 등 3곳이다. 이 가운데 신풍제약의 주가는 지난 3월18일 7800원에서 이날 3만750원으로 294.2% 상승했다. 이어 부광약품 174.9%(1만4950원→4만1100원), 엔지켐생명과학 104.5%(4만8750원→9만9700원) 순이었다. 임상 계획이 채 승인받지 않은 기업들의 주가도 관련 기대감 만으로 급등한 상태다. 다음 달 각 사 치료제 후보물질의 임상시험계획 신청을 예고한 셀트리온과 GC녹십자, 대웅제약 등도 같은 기간 83.1%, 36.2%, 99.6%의 주가 상승률을 보였다.
특히 부광약품과 신풍제약, 엔지켐생명과학이 주목받는 이유는 각 사가 개발 중인 품목들이 치료제 후보로서 가장 높은 성공 가능성이 점쳐지는 약물재창출 방식을 선택했다는 점에서다. 다른 적응증을 대상으로 이미 품목허가를 획득한 약물의 적응증을 추가하는 약물재창출 방식은 독성 및 안정성에 대한 데이터가 확보된 만큼 초기 임상을 생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식약처 임상계획 승인을 획득한 부광약품과 신풍제약, 엔지켐생명과학의 품목들이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업계는 지나친 낙관은 지양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미국 바이오산업협회에 따르면 본 임상단계에 오른 신약 후보물질들의 최종 상용화 평균 성공률은 9.6% 수준이다. 2상과 3상 성공률이 각각 30.7%, 58.1%로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지만 성공을 장담하긴 어렵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극찬을 계기로 현지 긴급 사용허가를 획득하며 코로나19 치료제 대안으로 떠올랐던 말라리아 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성분이 뒤늦게 FDA로부터 심장합병증 위험성을 높인다는 이유로 허가가 취소됐던 사례는 신규 치료제 등장의 난이도를 잘 보여준다. 특히 변이가 잦은 바이러스성 신종 감염병의 특성을 감안하면 변수는 더욱 커진다는 설명이다. 과거 대유행했던 사스와 메르스 당시 획기적인 치료제가 등장하지 않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부 역시 연내 치료제, 내년 말 백신 생산을 목표로 적극적 개발 지원을 약속한 상태지만, 치료제와 백신 만이 만능열쇠라고 믿는 분위기를 경계하고 있다. 현실적인 난이도를 감안해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신약 개발을 기대하기 보단 예방에 무게 중심을 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코로나19에 대한 종국적인 해결책이 결국 치료제와 백신이라고 얘기하지만, 코로나19를 비롯한 호흡기로 전파되는 신종 감염병을 이겨낼 수 있는 근본적인 길은 우리들이 실천해야 될 거리두기"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를 비롯한 모든 제약사들에게 이번 (코로나19)사태가 도약의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은 사실이지만, 국내의 경우 개발에 뛰어들었다는 이유 만으로 지나치게 기업 가치가 급등하는 경향이 있다"라며 "제약산업이 잠재력과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큰 업종이지만 중장기적 경쟁력과 시장 신뢰도를 고려한 옥석가리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