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경찰개혁, 원칙과 방향을 묻는다

입력 : 2020-06-23 오전 6:00:00
검찰개혁의 큰 산은 넘었다. 검찰개혁과 관련한 형사소송법 개정, 공수처 설치법안이 통과되었다. 남은 것은 시행령, 시행규칙, 예규, 내규 등 하위 법령 정비, 구체적인 수사권 정리, 공수처장 임명 등 후속 조치다. 후속 조치는 입법의 영역이 아니라 현장과 실무의 영역이다. 이제 경찰개혁이 남았다.
 
권력기관 개혁으로 21대 국회가 우선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은 경찰개혁이다. 2018년 6월 행정안전부장관과 법무부장관이 합의했던 권력기관 개혁 합의문에는 검찰개혁과 경찰개혁을 함께 하기로 되어 있었다. 검찰과 경찰은 대표적인 권력기관이고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함께 개혁해야만 한다. 정부는 동시 개혁을 시도했지만 검찰개혁 관련 법률이 먼저 통과되었다. 검찰개혁이 법률로 정리된 이상 이제 남은 것은 경찰개혁이다.
 
경찰개혁은 검찰개혁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다. 검찰개혁이 워낙 급한 과제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경찰개혁은 검찰개혁만큼 중요하다. 12만명이 넘는 경찰 인력은 한국의 치안을 직접 담당하는 물리력이다. 과거 군부독재 시대에는 거의 군대와 같이 운용되었다. 시민의 자유와 인권을 지키는 봉사자가 아니라 시민을 탄압하는 권력의 시녀인 때가 많았다. 민주주의 발전에 따라 경찰도 많이 개혁되었지만 근본적인 문제점은 남아 있다. 자치경찰 도입, 경찰에 대한 문민통제, 경찰 내부의 견제장치 도입, 경찰대 개혁, 인권친화적 수사 개혁, 전문성 제고 등 많은 개혁과제가 있다.
 
검찰개혁으로 경찰개혁은 더 시급한 과제가 되었다.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라 경찰은 독자적인 수사권을 갖게 되었다. 검찰의 항상적인 견제는 사라졌다. 경찰의 권한은 더 커졌다. 권한이 확대되면 당연히 견제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정부 여당은 이미 경찰개혁 방안을 마련하고 추진하고 있다. 자치경찰 도입과 국가수사본부 설치를 위한 법안이 이미 제출되어 있다. 경찰개혁을 위해 정부 여당이 적극 나선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민주당의 경찰개혁방안은 과거 경찰개혁방안보다는 많이 진전된 것이다. 그렇지만 미흡한 점이 없지는 않다. 경찰개혁의 기본 원칙에서 벗어난 방안이 일부 포함되어 있다. 경찰개혁의 원칙과 방향에 대한 인식이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런 면에서 민주당 경찰개혁 방안의 원칙과 방향을 묻고 싶다. 
 
현시기 경찰개혁의 원칙과 방향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권력기관의 총량은 증가하지 않아야 한다. 경찰개혁을 하면서 경찰의 권한을 더 강화하거나 새로운 기구를 창설하거나 인력을 증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 자치경찰제는 국가경찰을 거의 그대로 두고 자치경찰을 부가하는 형태로 추진되고 있다. 이 방향은 경찰의 권한을 확대하고 인력을 증원하는 것으로서 권력기관 총량 증가 금지 원칙에 반한다.
 
둘째, 검찰개혁과 같은 큰 개혁이 필요하다. 권력기관 분산이 실질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자치경찰제의 형식적 도입은 곤란하다. 자치경찰이 국가경찰의 권한을 실질적으로 분산해야 한다. 지금처럼 국가경찰을 거의 그대로 존속하는 것은 경찰개혁의 최종 목표와는 거리가 있다.
 
셋째, 지방자치의 완결성을 높여야 한다. 자치경찰에 과감한 권한이양이 있어야 한다. 자치경찰이 지방의 치안을 완결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권한, 예산, 인력, 장비를 넘겨야 한다. 자치경찰이 민생범죄에 대한 수사를 하지 못하고 극히 일부 수사만 하는 방식은 미흡하다. 지방의 치안수요를 제대로 해결하지도 못하고 수사의 공백이 발생할 수도 있다. 국가경찰 권한의 분산 효과도 적다. 
 
원칙과 방향이 분명히 서야 개혁을 정확하게 할 수 있다. 현재 경찰개혁 방안은 원칙과 방향이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관계도 애매하고 국가수사본부의 위상도 불분명하다. 경찰위원회의 권한도 불충분하다. 부족한 점은 국회 입법과정에서 충분한 의견수렴과 토론을 거쳐 수정될 수 있다. 개혁 원칙에 충실한 경찰개혁이 되도록 국회 내외가 힘을 모아야 한다.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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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