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채널A 기자와 현직 검사장이 공모해 협박한 혐의를 받는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피해 당사자로 알려진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VIK) 대표를 다시 소환했다.
22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진웅)는 서울 남부구치소에 수감 중인 이철 전 대표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지난달 1일에도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이날 이 전 대표를 상대로 지인 지모씨를 보내 이모 채널A 기자를 만나게 한 경위 등을 확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자는 지난 2월17일부터 3월10일까지 총 4차례에 걸쳐 이 전 대표에게 편지를 보내 코스닥 상장사 신라젠 수사와 관련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위를 제보하라고 요구한 의혹을 받는다. 이 전 대표는 신라젠의 대주주였다.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3월31일 이 기자가 지씨를 만난 자리에서 한 검사장과의 친분을 내세워 신라젠 수사에 협조하라고 요구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특히 4월1일 후속 보도에서는 이 기자가 신라젠 의혹과 유시민 이사장의 연관성에 대해 집착했다는 취지의 내용도 담았다.
민언련은 지난 4월7일 이 기자와 성명 불상의 검사를 협박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같은 달 28일 채널A 관련 부서 사무실과 이 기자의 자택 등 5곳을 압수수색했다. 또 지난달 14일 채널A 관계자로부터 이 기자의 휴대전화 2대를 압수했고, 이달 2일 채널A 홍모 사회부장과 배모 사회부 차장의 휴대전화, 이 기자의 또 다른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이후 지난 11일 이 기자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대검찰청이 전문수사자문단을 소집할 방침이다. 이 기자의 변호인은 지난 14일 대검에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고, 대검은 19일 이 기자의 요청을 수용했다. 이 기자의 변호인은 이날 "공식 통보를 받은 적은 없으나, 향후 전문수사자문단 심의가 이뤄진다면 충실한 자료와 법리를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민언련은 이날 성명에서 "이번 대검찰청의 자문단 회부 결정은 그 과정과 내용, 시기가 모두 부적절하며, 법적 근거도 없는 요청을 검찰이 이례적으로 전격 수용한 의도와 배경도 매우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문자문단은 검찰 지휘부와 일선 수사팀의 의견이 다를 경우 법률 전문가에게 자문하기 위해 검찰총장이 소집하는 제도"라면서 "사건 피의자가 수사 진행 상황에 불만이 있다고 요구할 수 있는 제도가 아니고, 대검 예규상 피의자는 소집 요청권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또 "수사팀이 현재 수사를 진행하고 있고, 결론도 내리지 않은 상황에서 외부 전문가에게 수사 결과 자문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최근 수사팀은 채널A의 협박 취재가 이뤄진 2월~3월 이모 기자와 A검사장이 5회 이상 통화한 사실과 통화 내역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러한 시기에 대검이 무리하게 자문단 소집을 결정한 것은 일선 수사팀의 사건 수사를 방해하고, 여론전을 통해 윤석열 총장의 최측근인 A검사장을 보호하려는 꼼수로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민언련은 "대검과 윤 총장은 A검사장이 연루된 만큼 협박 취재와 검언 유착 의혹 사건에서 완전히 손을 떼어야 한다"며 "특히 윤 총장은 수사 지휘 등 어떤 관여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민언련이 성명 불상 검사로 고발한 피의자를 특정해 지난 16일 A검사장의 휴대전화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 이에 A검사장은 17일 입장문을 내고 "녹취록상 기자와 소위 '제보자' 간의 대화에서 언급되는 내용의 발언을 하거나 취재에 관여한 사실이 없을 뿐 아니라 어떤 형태로든 기자와 신라젠 수사팀을 연결해주거나 수사에 관여한 사실도 전혀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지난 4월28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가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이모 채널A 기자와 성명불상의 현직 검사를 협박죄로 고발한 사건과 관련해 채널A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