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인은 회사의 주요 활동을 기획하고 지휘하는 관리자다. 사장은 회사를 대표하는 최고 관리자이며, 임원은 사장을 보좌해 기업을 이끄는 사람이다.
실제 경영에서는 수많은 변수가 있지만 경영을 하는 사람의 임무는 큰 틀에선 단순하다.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통해 딸린 식구인 직원에게 월급을 지급하고 나아가 미래 먹거리 발굴을 통해 이윤을 극대화하면 된다. 경영인은 소유주가 아닌 기업을 대표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회사와 구성원의 안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현실 경영에서 이런 기본이 지켜지기는 어려운 것 같다. 특히 존폐를 다투는 기업의 경영인이라면 더욱 노골적으로 자신의 잇속만을 챙기는 모습을 보인다.
최근 이스타항공 경영진이 대대적인 기자회견을 했다. 이스타항공은 막대한 부채를 소화하지 못하고 제주항공으로의 매각을 추진 중인 항공사다. 실소유주는 창업자인 더불어민주당 이상직 의원으로 알려져 있다. 안 그래도 휘청였던 이스타항공은 코로나19를 겪으며 더욱 너덜너덜해진 모습이다. 직원 급여는 5개월째 밀렸고 생활이 어려워진 직원들은 회사를 떠났다.
이처럼 인력 부족으로 자의 반 타의 반 조용했던 이스타항공이 먼저 나서서 기자회견을 한다고 하자 관심은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매각 관련 '중대 발표'를 한다고 미리 알리면서 현장에는 많은 취재진이 몰리기도 했다.
기자회견의 주요 골자는 실소유주인 이 의원이 보유 지분을 모두 회사로 돌리겠다는 내용이었다. 이스타항공 경영진은 이 의원이 내놓은 지분으로 체불임금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이상직 이스타항공 창업자와 가족들의 통 큰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고 추켜세웠다. 하지만 이어진 구체적인 체불임금 해결 방안에 관한 질문에는 인수자인 제주항공 그리고 변호사와 협의해야 한다며 답변을 피했다.
대신 "오늘은 이 의원이 지분을 내려놓았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달라"고 노골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경영인은 최종구 대표이사 사장과 김유상 전무다. 최 대표는 이 의원과 전 회사에서부터 함께 일했고, 김 전무는 이 의원 보좌관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나름 야심 차게 시작한 이날 기자회견은 경영진의 노골적인 '이상직 지키기'에 오히려 역효과를 낳은 모양새다. 인수자인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의 돌발 행동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고 체불임금 해결을 기대했던 직원들도 낙담한 분위기다. 이 의원이 발을 빼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지분을 포기한 것이라며 언론에서도 부정적인 반응만 쏟아졌다.
이스타항공 경영진이 이처럼 민심을 읽지 못하고 계속해서 이 의원 감싸기만을 반복한다면 매각 속도는 더욱 더뎌질 것으로 보인다. 사장과 임원마저 애정을 갖지 않는 기업이 매력적인 매물일리 없기 때문이다. 시작은 어땠을지 모르지만 이스타항공 경영진이 지금이라도 경영인의 본질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김지영 산업부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