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 사건으로 검찰총장에게 내려진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로 서초동에 휘몰아쳤던 거센 바람이 일주일 만에 잠잠해진 모양새다. 이 시점에서 돌아보건대 이번 사건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기 시작했을 무렵 총장의 판단이 최근 들어 부쩍 거론되던 특임검사 임명 등의 조처로 처음부터 독립적인 수사가 이뤄지게 했다면 아마도 논란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든다.
해당 의혹을 최초로 보도한 방송에서나 이 사건을 검찰에 고발한 언론시민단체에서도 의혹의 당사자인 현직 검사장을 특정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올해 1월 중순 서초동에서는 대검찰청 고위 간부 인사가 화두가 되면서 당사자는 총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인물이란 짐작은 누구라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현재는 익명으로의 보도가 오히려 무색한 상황이 됐다.
이렇듯 이번 수사는 총장의 측근이 대상이란 점을 고려할 때 공정성과 독립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란 것을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처음부터 잘못 끼워진 것 같은 단추는 대검 감찰부 감찰 중단, 대검 부장회의 배제,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결정 등의 과정으로 실제 잘못 끼워졌음이 드러났고, 점점 다시 풀어 끼우기 어려운 단계까지 갔다.
계속해서 잘못 끼워진 단추로 이상해진 옷매무새는 급기야 장관의 직접 감찰 지시에 이어 15년 만의 수사 지휘란 상황에 이르게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총장을 받쳐주려는 일부 검사장들의 특임검사 도입 주장은 장관의 지적대로 '이미 때늦은 주장'이 됐고, 총장이 장고 끝에 절충안으로 내놓은 독립적 수사본부도 '명분과 필요성'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총장의 지휘권은 이미 상실됐다"는 발표도 시기적으로는 아쉬운 대목이다. 장관이 지휘한 즉시 이를 밝혔다면 주말을 앞두고 전국 검사장들이 서초동에 올 일도, 일주일 동안 총장이 비판받을 일도 없었을 것이다. 장관이 사찰을 찾을 일도 없었을 것이다.
장관이 무산시킨 독립수사본부에 대해 말이 오가면서 또다시 바람이 불까 우려도 되지만, 이 사안은 사건의 해결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번 사건의 본질은 검찰과 언론이 공모해 수감 중인 재소자를 강요했다가 미수로 그쳤다는 의혹을 밝혀내는 것이다. 사건의 본질과는 다르게 '항명'이 '갈등'으로 비쳐 무익한 논란이 됐던 양상이 이제는 제대로 된 수사 절차로 이어져 국민이 바라는 진실 규명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정해훈 법조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