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보건복지부 직원 없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직원만으로 이뤄진 현지조사는 위법하므로 이를 바탕으로 내려진 의료기관에 대한 처분은 취소돼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홍순욱)는 의사 A씨가 복지부 장관과 경북 경주시장을 상대로 낸 의료급여기관 업무정지 처분 취소와 의료급여비용 환수 처분 취소 등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각 처분의 근거가 된 이 사건 현지조사는 권한 없는 자에 의해 진행된 하자가 있어 위법한 행정조사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각 처분은 원고의 나머지 절차적 위법 주장에 대해 더 나아갈 필요 없이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앞서 복지부는 2016년 12월5일부터 7일까지 A씨가 경주시에서 운영하는 의원의 의료급여비용 적정 청구 등에 관한 현지조사를 진행한 후 지난해 5월1일 구 의료급여법 위반 행위로 187일의 의료급여기관 업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경주시는 그해 6월1일 A씨에게 2078만9670원의 의료급여비용을 전산상 상계 방법으로 환수한다고 통보했다.
이에 A씨는 각 처분에 대해 절차적 위법적 사유가 존재한다면서 복지부와 경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실제 복지부는 해당 현지조사를 위해 복지부 소속 주무관 B씨와 심평원 소속 직원 3명으로 현지조사팀을 구성했지만, 현지조사가 진행된 사흘 동안 B씨는 A씨의 의원을 방문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B씨가 참여하지 않고 이 사건 조사원들만으로 진행된 현지조사는 권한 없는 자가 시행한 것으로서 위법하고, 현지조사에서 취득된 자료들은 증거로 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심평원이 독자적으로 가진 의료급여비용의 심사·조정, 의료급여의 적정성 평가와 급여 대상 여부의 확인을 위해 필요한 자료를 요청하는 권한을 넘어선 현지조사권한을 복지부 장관으로부터 위탁받았다는 법령상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복지부 소속 공무원이 아닌 심평원 소속 직원의 관계서류 제출 요청을 거부했다고 하더라도 구 국민건강보험법 제84조 제2항, 구 의료급여법 제32조 제2항에서 정한 복지부 소속 공무원의 검사를 거부·방해 또는 기피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판결을 제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A씨가 경주시로부터 실제로 받은 398만730원을 제외한 1680만8940원 부분에 대한 취소 청구는 부적법하다면서 각하했다.
재판부는 "경주시장의 환수 통보 중 원외처방전 발행에 따른 약국약제비 청구액 합계 1680만8940원을 전산상 상계의 방법으로 환수하기로 한 부분은 경주시장의 A씨에 대한 민법 제750조에 따른 불법 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과 A씨의 경주시장에 대한 의료급여비용 청구권을 대등액에서 상계한다는 취지의 사법상 의사표시에 불과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전경. 사진/서울행정법원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