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다치킨' 풍자청원 삭제…누리꾼들 불만

입력 : 2020-07-16 오후 3:29:03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지난 1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2주택 이상 다주택자를 겨냥한 정부의 부동산 규제를 풍자한 청원 게시글이 돌연 삭제되면서 청원 삭제 처리에 대한 불만스런 반응이 나온다. 
'치킨계의 다주택자 호식이 두 마리 치킨을 규제해주세요' 청원글.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지난 1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치킨계의 다주택자 호식이 두 마리 치킨을 규제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이 청원은 1만2000여명의 동의를 받았지만 글이 게시된 지 하루만에 삭제됐다.
 
이 청원글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풍자한 게시글로 치킨 브랜드 ‘호식이두마리치킨’의 상호를 패러디해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비판했다. 
 
청원인은 주택을 치킨에 비유해 다주택자를 ‘다치킨자’라고 표현하며 일시적 2주택자는 ‘일시적 2치킨’이라고 표현했다.
 
청원인은 “자본가들이 한 번에 두 마리씩 맛있는 치킨을 시켜먹음으로 제한된 생닭의 물량을 빼앗아 닭의 시세를 올리고 한 달에 한번 치킨을 먹기도 어려운 서민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준다”라며 “치킨을 못 먹은 국민들은 다치킨자의 횡포에 죽어나갈 뿐이다”고 말했다.
 
그는 “일시적 2치킨의 경우 한 마리를 다 먹은 후 나머지 한 마리를 1시간 내 다 먹지 못하면 치킨무와 오돌뼈까지 양도세로 징벌하자”며 “남은 치킨을 포장해 처자식의 배를 채우게 하는 부의 대물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정지역내에서 치킨을 두 마리나 먹으면 날개살, 어깨봉, 가슴살을 보유세로 뜯어내야한다”며 “치킨을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또 치킨을 시켜먹으면 취득세 명목으로 뜯어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 청원을 ‘청원 요건에 위배된다’며 비공개 처리했다.
 
호식이두마리치킨이란 상호명이 노출됐기 때문으로 보이는데, 그간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특정 기업명이 노출되는 청원의 경우 기업명만 익명 처리하는 방식으로 관리해왔던 만큼 ‘일관성이 없다’거나 ‘과도한 조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치킨계의 다주택자 호식이 두 마리 치킨을 규제해주세요' 청원글이 비공개 처리됐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해당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청와대가 스스로 떳떳하지 못하다는 방증이다’, ‘청와대가 귀를 닫고, 눈을 감았다’, ‘전부 팩트인데 삭제라니?’, ‘청원에 이런 글이 올라오면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자각 해야하는데...’ 등 비난을 쏟아냈으며, SNS에서는 ‘다의류자, 2티비보유자도 처벌하라’, ‘신발도 한 켤레만, 컴퓨터, 침대도 한가구당 하나씩만 보유해야 한다’, ‘다자녀도 세금 더내야할 것 같다’ 등 청원글과 유사한 풍자글들이 올라왔다.
 
한편 청와대는 △재판이 진행 중이거나 삼권분립의 정신을 훼손할 소지가 있는 청원 △중앙 정부의 역할과 책임 범위를 벗어난 청원 △주요 내용이 허위사실로 밝혀진 청원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차별 및 비하 내용이 포함된 청원 등을 관리자가 삭제·숨김 처리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청와대 측은 이번 게시물을 비공개하면서 “사전동의 100명 이상의 요건을 충족했지만 청원 요건에 위배돼 관리자에 의해 비공개됐다”고 설명했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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