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언 유착' 수사팀, '채널A 기자 단독범행' 배제 안 해

구속영장에 '검사장 공모 부분' 없어…한 검사장 조사 결과 주목

입력 : 2020-07-18 오후 8:13:54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핵심 피의자인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구속)에 대한 구속영장에서 관련 검사장과의 공모관계를 적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현재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진우)가 이번 사건을 이 전 기자의 단독 범행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 주목된다.
 
이 전 기자 변호를 맡고 있는 주진우 변호사는 18일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에 대한 입장을 기자들에게 알리면서 "영장에는 (이 전 기자와)한동훈 검사장과의 '공모관계'가 명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주 변호사는 "검찰이 청구한 영장에 피의자의 단독 범행으로 적시되었다면, 그 범죄 사실을 토대로 구속 사유를 판단해야 마땅하다"고도 강조했다. 수사팀 측도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18일 이 전 기자 측 입장에 대해 "보시는대로"라고 말했다.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꼽히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번 사건은 이 전 기자가 소위 '실세 검사장'과 공모해 이철 전 배스트인베스트먼트(VIK) 회장을 협박한 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친정부 인사들에 대한 비위 제보를 강요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얼개다. 이 전 기자는 전날 '강요 미수' 혐의로 구속됐다. 형법상 강요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경우' 성립한다. 대법원은 여기에서의 '협박'을 '사람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할 만한 해악을 고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법리상 한 검사장의 존재가 이 사건에서 의미가 있는 것은 이 전 회장에 대한 이 전 기자의 제안을 '강요죄의 협박'으로 성립시키기 때문이다. 이 전 기자도 이 전 회장에게 보낸 편지나 그의 메신저격인 지모씨와의 대화에서 끊임 없이 자신과 한 검사장의 친분을 강조했다. 이 전 기자가 한 검사장의 음성이라며 지씨에게 녹음파일을 들려준 것도, 지씨가 그 음성을 '한 검사장의 음성이 확실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도 모두 같은 맥락이다.
 
이 전 기자는 그동안 두번의 언론 인터뷰에서 이 사건에 등장하는 한 검사장의 존재는 모두 자신이 만들어 낸 것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앞서 채널A는 지난 5월25일 발표한 진상조사에 이 전 기자가 실제로 신라젠 사건과 관련된 대화를 한 검사장과 나눴을 것이라고 추정되는 단서를 공개했다. 올해 3월22일 지씨와의 3차 만남 전 그가 이번 사건과 관련된 같은 팀 소속 후배인 백모 기자의 전화통화 내용이다. 
 
조사위가 공개한 3월20일 통화 내용을 보면 이 기자는 "내가 (한 검사장)한테는 아예 얘기를 해놨어. '어떻게 돼가요' XX게 묻는 거야 그래서 'XXX이 자꾸 검찰하고 다리 놔달라고 한다고. 딜 칠라고' 그랬더니 (한 검사장이)'그래 그러면 내가 놔줄게' 그러는 거야 갑자기. '내가 직접 아니다, 나보다는 OO(조직명)이 하는 게 낫겠다. 내가 A(수사기관 관계자)이를 내가 직접…' 막 이러는 거야"라고 말했다. 비슷한 취지로 백 기자와 통화한 내용이 또 있었다. 그러나 이 통화 내용은 이 전 기자가 백 기자에게 한 말이다. 조사위도 한 검사장이 직접 등장하는 녹음파일에 대한 존재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 
 
이 전 기자는 그러나 앞의 두번의 언론 인터뷰에서 이 부분에 대한 자신과 백 기자의 통화는 본인이 만들어 낸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검찰이 이번 영장 청구에서 한 검사장의 공모여부를 적시하지 않은 것도 이 전 기자가 검찰 조사에서 이와 동일하게 진술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한 검사장의 '역할'이 드러날 여지는 아직 남아 있다. 무엇보다 검찰이 구속수사에서 이 전 기자의 종전 진술을 뒤집을 '스모킹건'을 찾아낼 가능성이 있다. 이 전 기자는 자신의 휴대전화 2대와 노트북PC 1대를 모두 초기화 하거나 포맷한 상태에서 채널A 진상조사위에 제출했다. 검찰이 채널A 측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증거물도 이것들이다. 상당한 시간이 지났지만 검찰이 이 증거물 분석에서 한 검사장이 이번 사건과 연관된 결정적 단서를 찾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검찰은 휴대전화 분석이나 소환조사 등 한 검사장에 대한 직접적인 조사도 아직 진행 중이다.
 
그러나 '검언 유착 의혹' 사건 수사가 검찰이 이번 구속영장에 적시한 내용에서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할 경우 상황은 전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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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