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인터넷 기업들이 불법 촬영물 유통 방지를 위해 상시 신고와 검색 결과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법안 시행령이 마련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2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제42차 위원회를 열고 기업들의 불법촬영물의 유통 방지 책임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및 '정보통신망 이용총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보고받고 원안대로 접수했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두 개정안이 지난 5월20일 국회를 통과한 것에 따른 후속조치로 마련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2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제42차 위원회를 개최했다. 사진/박현준 기자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은 불법촬영물의 유통 방지를 위해 기술적·관리적 조치를 취해야 하는 부가통신사업자를 규정했다. 전년도 매출액 10억원 이상, 일평균 이용자 10만명 이상 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2년 내 불법촬영물 등 관련 시정요구를 받은 경우가 해당된다. 방통위는 내년 5월까지 기술적·관리적 조치를 해야 하는 사업자와 대상 서비스를 지정해야 한다.
해당 사업자들이 취해야 할 기술적·관리적 조치는 △상시 신고 기능 마련 △불법촬영물에 해당하는 정보일 경우 검색 결과 제한(금칙어, 연관검색어 제한 등) △방심위가 심의한 불법촬영물일 경우 게재 제한하는 필터링 △불법촬영물을 게재할 경우 관련 법에 따라 처벌 받을 수 있다는 내용 알림 등이다. 김영주 방통위 이용자정책국 인터넷윤리팀장은 이날 위원회 이후 열린 브리핑에서 "방심위가 보유한 디지털성범죄 관련 데이터를 기반으로 데이터베이스(DB)를 만들 것"이라며 "내년 5월에 기술적·관리적 조치를 취해야 하는 사업자를 지정하고 해당년도 말까지 준비 기간을 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촬영물 여부의 판단이 어려울 경우 사업자가 임시적으로 차단·삭제하고 방심위에 심의를 요청하는 규정도 마련됐다. 불법촬영물의 삭제 요청을 할 수 있는 기관·단체로는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성폭력피해상담소 등을 규정했다.
정보통신망법 시행령 개정안은 불법촬영물 유통방지 책임자 지정의무자 및 불법촬영물의 처리에 대한 투명성 보고서 제출의무자의 범위를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과 동일하게 규정했다.
방통위는 성착취물이 유통됐던 메신저 텔레그램에 대한 규제 집행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도 찾을 방침이다. 김 팀장은 "텔레그램은 명확한 소재지 확인이 어려워 규제를 하는 데 현실적인 애로사항이 있다"며 "텔레그램의 규제 집행력을 높이기 위해 경찰청, 여성가족부 등과 논의 중이며 여러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업계는 불법촬영물의 판단이 어려운 경우 사업자가 임시적으로 차단·삭제 조치하는 부분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업계 관계자는 "방통위가 지정하는 기관들이 분명하게 판단해 삭제 요청을 하면 사업자들은 삭제 조치를 하면 된다"며 "하지만 사업자가 임시적으로 차단이나 삭제를 할 경우 판단에 대한 책임이 사업자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방통위·방심위가 구축하는 DB를 사업자들의 시스템에 적용하기에 앞서 어떤 기술이 적용된 DB와 필터링 기술인지에 대한 확인도 필요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사업자들이 각자의 서비스에 필터링 시스템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미리 알고 대응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시행령 개정안은 입법예고를 위한 의견수렴과 법제처 심사 등을 거칠 예정이다.
한편 방통위는 이날 위원회에서 지상파방송사업자의 방송광고판매대행사업자인 SBS M&C에 대한 조건을 부가해 재허가를 의결했다. 방통위는 회사에게 회사의 방송광고 판매대행법 소유제한 위반과 관련된 재발방지 대책, 공정거래법 상 주식 소유 관계 위반 상태의 해소방안 등을 제출하도록 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