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코로나19발 불황이 해운업계를 덮치면서 선사들이 유지비 절감을 위해 노후선을 해체하고 있다. 물동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노후선을 운항하느니 해체해 고철값이라도 받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22일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올 6월까지 전 세계 선박 해체량은 217척, 1031만DWT(재화중량톤수)를 기록했다. 척수 기준으로는 30.4% 감소했지만 DWT 기준은 6.9% 증가했다. 이는 선박 해체가 대형선 위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국내 벌크선사 팬오션도 최근 선박 한척을 폐선했다. 팬오션은 자사가 보유한 초대형 벌크선인 케이프사이즈급 한척을 해체했다. 이 선박은 건조된지 20년이 넘은 고령선박이다.
글로벌 선사도 선박을 해체하고 있다. 외신 트레이드 윈즈에 따르면 세계 최대 선사 머스크는 9640TEU급 컨테이너선 'Sine Maersk'호를 해체하기 위해 터키 폐선 조선소로 인계했다. 지난 1998년도에 건조된 선박이며 선령 22년된 이 컨테이너선의 시장 가치는 1169만달러로 추정된다.
코로나19발 불황이 해운업계를 덮치면서 선사들이 유지비 절감을 위해 노후선을 해체하고 있다. 국내 한 조선소 모습. 사진/뉴시스
노후선은 연료비 부담 증가, 운항 효율성 저하 등의 문제로 이어진다. 특히 최근 코로나19로 해상 물동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선사들이 노후선대를 보유하고 있기엔 부담스럽다. 따라서 유지비 절감 차원에서 노후선을 처분하는 모양새다.
실제 해양수산개발원은 알파라이너 집계를 인용해 6월에만 6만8000TEU(25척)의 컨테이너선이 해체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특히 코로나로 인해 3~4월에 선박 해체 조선소가 문을 닫으면서 이달에 해체 수요가 대거 몰렸다. 상반기 누적 해체량 14만3000TEU의 절반에 가깝다.
알파라이너는 올해 컨테이너 해체량이 30만TEU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 해체로 이어질 경우 2018년 연간 해체량 10만TEU와 2019년 18만5000TEU를 훌쩍 뛰어 넘게 된다.
해운업계 장기 불황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운항 효율성이 떨어지는 선박을 정리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수요가 줄면서 시황이 더욱 나빠졌다"며 "시황이 나쁘면 선박을 해체해 고철값이라도 받으려고 하기 때문에 해체량이 증가한다"고 말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