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신임
KB금융(105560)회장으로 선임된 어윤대 내정자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능력있는 원칙주의자'라는 호평 끝에는 '냉정한 시장주의자'라는 비판도 있다.
◇ 와인 高大 CEO형 총장 명성
'어윤대'란 브랜드가 알려지기 시작한 건 그가 고려대학교 총장 재직시절.
그는 지난 2003년부터 4년간 4700억원의 기부금, 연구비를 모았고 민족 고대, 막걸리 고대를 글로벌 고대, 와인 고대로 변신시켜 성공한 최고경영자(CEO)형 총장으로 이름을 날렸다. 그의 임기 동안에 고대는 영국 타임즈 선정 세계 대학 순위에서 150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경영학과 후배이기도 한 어 내정자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과 국제금융센터 초대 소장을 지낸 국제금융 전문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2006년 5월 경 '교수 억류'를 이유로 학생 7명에게 재입학이 불가능한 '출교 조치'를 내려 여론의 도마위에 오르기도 했다.
재학생 대상 어 총장 평가 설문 결과는 '보통'에 불과했고 학생들은 '신자유주의적 대학 경영', '독선적 경영방식' 을 부정적인 행적으로 꼽았다. 어 내정자는 결국 차기 총장선거에서 자격적부심사에 걸려 연임에 실패했다.
어 내정자의 총장 임기 마지막 해 4학년이었다는 김종일(27)씨는 "학교 건물 같이 하드웨어는 바뀌었으나 소프트웨어, 즉 철학은 부족했다"며 "영어강의 의무화처럼 구성원 합의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된 정책때문에 반발이 컸다"고 어 씨를 평가했다.
어 내정자는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 교육인적과학기술부 장관 후보로 하마평이 무성했지만 부인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져 자격 시비가 일었다. 지난 3월 한국은행 총재직 물망에도 올랐으나 정치적 부담 등을 이유로 자리에 오르지 못했다.
결국 공적 자리에 오르기에는 치명적 아킬레스건이 많다는 부담이 제기되면서 민간금융기관의 수장으로 낙점된 셈이다.
◇ '비대 조직' 추스려야 하지만 구조조정 난관
어 내정자의 성격을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올초 그가 국가브랜드전략위원회 위원장으로 한 회의에 참석했다. 강단에 연사가 나와 연설을 진행하는 도중 어 위원장이 갑자기 옆자리 외국인과 큰 목소리로 설전을 벌이기 시작한 것.
외국 교수가 "한국의 브랜드 전략이 잘못됐다"고 지적하자 이를 참지 못하고 연설 중임에도 불구 , 이를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어 내정자의 다혈질적인 성격때문에 금융권에서는 벌써부터 KB금융 경영진과 노조 사이에 갈등을 예상하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 후보 인터뷰가 있기 전날, 국민은행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막가파식 구조조정을 자행하겠다는 의지를 (어 내정자가) 표출했다"며 "강력한 투쟁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혀 사실상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금융업계는 차기 회장이 'KB금융 조직 개혁'을 1순위 과제로 삼아야 한다지만 시작 전부터 내부 갈등이 시작된 셈이다.
KB금융은 KB국민은행이 전체 자산의 90%이상을 차지해 그룹내 수익 다변화가 절실하다. 비대한 조직에 비해 1인당 수익성도 여타 지주사에 크게 못 미쳐 변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회추위 관계자 역시 "조직 생산성 향상 방안을 신임 회장이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어 내정자야말로 '강력하게 구조조정에 나설 적임자'"라고 평가하면서도 "일방적으로 몰아부칠 경우 노조와의 갈등은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을 내리기도 했다.
강정원 현 행장의 거취도 주목 대상이다. 10월까지 4개월 정도 임기가 남은 강행장은 7월 금감원 종합검사 결과에 따라 행장직에서 물러날 수 있다. 어 내정자가 어떻게 이문제를 풀지도 관심거리다.
◇ '메가뱅크' 다시 탄력 받나?
시장에서는 KB금융이 인수합병(M&A)등 장기 전략을 세우지 못한 이유로 9개월 넘게 이어진 '회장 공백'을 꼽는다.
어 내정자는 회장 선임 이전 "국외에서 원전을 수주할 때 보증을 설 수 있는 수준, 즉 자산 규모 세계 50위 정도는 돼야 한다" 고 밝힌 바 있다. 어 내정자가
외환은행(004940) 보다
우리금융(053000)그룹 인수에 더 관심을 갖는 이유다. 탈락한 이철휘 자산관리공사 사장의 경우 외환은행 인수에 더 중점을 뒀었다.
KB금융과 우리금융이 합병할 경우 자산 650조원 규모의 세계 50위권 메가뱅크가 등장하게 된다. 여기에 어 내정자가 산은금융그룹까지 욕심낸다면 단숨에 800조에 가까운, 세계 30위권 '슈퍼메가뱅크'가 등장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