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달 이란을 전격 공습한 지 열흘 가까이 됐지만 전쟁의 양상은 주변 걸프 국가들까지 퍼져 중동 전역으로 확산되는 모양새입니다. 특히 마땅한 출구 전략이 보이지 않아 현 사태가 최대 6주간의 장기전으로 흐를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이란의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제거하면 이란이 금방 무너질 것이라고 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판에 중동 전역이 전쟁의 늪에 빠졌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미 델라웨어주 도버 공군기지에서 열린 전사자 유해 송환식에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트럼프, 오락가락 메시지에 불확실성↑
8일(현지시간) <로이터>와 <AFP>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공습을 이어가고, 이란이 이스라엘과 걸프 지역 미군 기지와 관련 시설을 겨냥한 미사일·드론 공격으로 반격하면서 전황이 중동 전역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미·이스라엘과 이란의 서로를 향한 보복 공격 와중에 바레인과 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이라크 등 역내 국가들이 공격 범위에 들어가면서 중동 지역의 긴장감이 한층 더 고조되는 분위기입니다.
미국이 전날 이란에 대한 "최대 규모의 폭격"을 공언한 이후, 이란 수도인 테헤란 곳곳에서 폭발이 이어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인 트루스소셜에서 "이란은 매우 강력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이란에 대한 공격을 확대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는데요. 특히 이란과의 협상 조건을 '무조건 항복'으로 거듭 못 박으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런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은 또 잦은 메시지 변화로 전쟁의 향방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로 향하는 에어포스원(전용기) 안에서 "우리는 쿠르드족이 개입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쿠르드족이 개입하지 않아도 전쟁은 충분히 복잡하다"고 언급했는데요. 불과 이틀 전 쿠르드족의 개입에 대해 "전적으로 찬성한다"고 했던 발언을 뒤집은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압박에 군사적 지원을 결정한 영국 등 동맹국에 대해서도 "우리가 이미 승리한 후에야 전쟁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원하지 않는다"면서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며 '뒤끝'을 보였습니다. 앞서 지난달 28일 시작된 이란 공습 전 미국은 영국 페어퍼드 기지와 인도양의 영국령 디에고 가르시아 기지 사용을 요청했지만, 영국은 국제법 위반을 이유로 이를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를 제거한 후 최대한 단기간에 이란전을 끝내려고 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과는 달리 이란의 저항이 이어지면서 전쟁은 장기전의 늪으로 빠져드는 모양새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전이 장기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오판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호르무즈 봉쇄로 잇단 '감산'…국제유가 불안 지속 '우려'
이란은 자국의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미·이스라엘의 공습에 대한 보복 공격으로 피해를 본 걸프 국가에 사과하면서 공격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지만 바레인·아랍에미리트(UAE)·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 국가들에 대한 공격을 이어갔습니다. 이번 일로 이란 지도부가 내부 분열에 시달리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는데요. 이란은 이스라엘을 향해서도 미사일과 드론 공격으로 보복에 나섰습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의 경우, 7일 테헤란 남부의 석유 저장소를 공격했습니다. 이란 석유 시설 공습은 개전 이후 처음입니다. 이스라엘의 공격은 친이란 무장단체인 헤즈볼라가 장악한 레바논으로도 확대됐습니다.
중동 전쟁의 여파로 에너지 공급망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세계 경제 불확실성도 한층 더 커질 전망입니다. 당장 쿠웨이트와 UAE 등 중동의 대표 산유국들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저장시설 포화로 원유 생산을 감축하기로 했습니다. 전쟁이 격화되면서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의 해상 위협 이후 사실상 선박 통행이 거의 중단된 상태입니다. 이로 인해 원유 수출에 차질이 빚어졌고, 국제유가도 급등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9일 최근 불안정성이 급격히 높아진 중동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경제 및 물가 상황 점검 비상경제점검회의'를 주재합니다. 회의에서는 중동 지역 긴장 고조로 인한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에 따른 국내 물가와 산업 영향 등 경제 상황 전반 점검과 대응 방안 논의가 이뤄질 전망입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