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미래통합당은 윤희숙 의원의 본회의 연설이 화제를 모은 것을 계기로 원내투쟁 방식을 정부의 정책 대안 메시지를 통한 '여론전'으로 방향을 잡았다. 수적 우세로 밀어붙이는 여당의 행보를 두고 전략을 골몰하던 통합당이 원내투쟁의 방향을 찾은 것이다. 당 내부의 장외투쟁 목소리도 점차 사그라들면서 새 원내투쟁 방향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통합당은 3일 여당의 부동산 입법 속도전에 대한 비판 메시지 수위를 한층 높이고 나섰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원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해 신속한 법제정을 했다고 하지만, 이로 인해 세입자와 임대인간 갈등구조를 더 높였다"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여당의 부동산 입법이) 세입자에게 득이 된다고 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통합당 원내지도부는 4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부동산 입법 처리에 대한 반대토론에 나설 의원들을 중심으로 여론전에 힘을 쏟을 전망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모든 수단을 강구해서 이 법의 문제점을 국민에 알리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며 "뿐만 아니라 민주당이 생각을 바꾸고 더 정교한 입법을 할 수 있도록 모든 가능한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본회의 연설 뿐만 아니라 국회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각종 토론회와 기자회견 자리에서도 통합당의 여론전이 이어지고 있다. 서병수 의원은 이날 정책토론회를 열고 정부의 부동산 관련 세법개정안 추진에 대해 "국민적 분노가 조세저항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영세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6·17 부동산 피해자 대책모임 회원자들과 함께 임대차 3법 반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통합당은 여당의 일방적인 법안 처리 절차 과정에 따른 문제 제기를 위해 법적 대응에도 나서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통합당 의원들은 이날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백혜련 의원 등 3명을 공전자기록 위작·변작 및 직권남용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임대차보호법을 상임위가 열리기도 전에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상 '처리'로 조작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원 출신의 윤희숙 의원이 본회의 5분 연설을 통해 주목 받으면서 통합당에서도 크게 반색했다. 윤 의원이 연설에서 막말과 비하 없이 차분하게 발언을 이어갔다는 점에서 통합당의 투쟁 분위기도 달라졌다. 국토교통위 전체회의에서는 통합당 의원들이 노트북에 부착한 '청와대 하명입법 즉각철회'라고 적힌 용지를 제거하면서 이전과 달라진 행보를 보였다.
통합당 지도부가 시·도당과 당협위원회를 통한 지역단위 여론전, 자체 호소 대회 등을 통한 대응에도 무게를 실으면서 당내 장외투쟁 목소리도 사그라들고 있다. 오는 15일 광화문광장에서 전광훈 목사를 비롯한 보수 시민단체 주최의 집회에도 당 차원의 공식 참여는 없을 전망이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