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상반기 침체됐던 기업공개(IPO) 시장에 활력이 돌고 있다. 지난 7월 IPO 규모는 상반기 공모액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 넘치는 유동성이 IPO 시장으로 흘러들었고, 증시의 상승 랠리에 공모주에 대한 투자자 관심도 커졌다. 기세를 이어 하반기 IPO 전망에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시장 경기와 일부 업종에의 투자 과열, 리츠 부진 등은 변수로 꼽힌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7월 한 달간 IPO 공모 규모는 1조3874억원에 달한다. 이는 1~6월치를 합친 상반기 공모금액 4183억원의 3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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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상장 건수는 코넥스 1건과 스팩 상장 3건을 포함해 총 17건이다. 코스피 시장의
SK바이오팜(326030)이 공모규모 9593억원으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코스닥 시장에는
마크로밀엠브레인(169330),
위더스제약(330350),
신도기연(290520),
소마젠(Reg.S)(950200),
에이프로(262260),
티에스아이(277880),
솔트룩스(304100),
제놀루션(225220),
더네이쳐홀딩스(298540),
엠투아이(347890),
이엔드디(101360),
와이팜(332570) 등이 상장했다.
흥했던 IPO 시장만큼 공모주들의 상장 이후 성적도 양호했다. 스팩 상장과 코넥스 상장을 제외한 13개 종목 중 11개 종목이 공모가를 크게 웃돌고 있다. 지난 3일 종가 기준 SK바이오팜과 제놀루션은 각각 공모가 대비 257%, 225%까지 뛰고 있으며, 적게 오른 솔트룩스, 신도기연도 각각 12.6%, 27.8% 상승률을 기록했다. 엠투아이와 더네이처홀딩스만이 공모가를 소폭(5% 미만) 하회한다.
한 달간 공모금액이 1조원을 넘어선 건 2017년 7월(1조1015억원) 이후 처음이다. 그해 5월 3조원을 기록한 이래로는 최대치다. 이에 IPO 시장이 코로나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하반기에도 많은 기업들이 상장을 준비 중이다. 거래소에 따르면 6~7월에만 35개 기업이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이 중 카카오게임즈와 4개 리츠에 대해선 심사 승인이 떨어졌다. 상장예심을 통과한 기업들은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공모 절차에 돌입한다.
하반기 IPO 시장은 7월의 기세를 무난히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나오지만, 변수도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경기를 가장 큰 변수로 꼽았다. 그는 "공모시장이 활성화되려면 증시가 좋아야 한다"며 "IPO 시장은 증시, 경기의 종속변수"라고 했다.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부진도 또다른 변수다. 안정적인 배당 수익 등으로 저금리 시대의 대안 투자로 불리며 하반기 몰려오는 상장 리츠들에 투자자 관심이 쏠렸지만, 올해 첫 리츠인 이지스밸류리츠가 상장 이후 주가 약세를 보였다. 기존 상장된 국내 리츠 7개 종목의 주가도 상승장에서 소외되며 연일 부진한 모습이다.
이에 향후 리츠 상장에 영향이 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청약에서 0.23대 1의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제이알글로벌리츠와 동시에 공모 청약을 진행할 예정이던 마스턴투자운용의 마스턴프리미어1호리츠는 상장 일정을 긴급 연기하기도 했다.
바이오주 과열 우려도 제기된다. 분위기에 편승한 바이오 기업의 IPO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상장을 준비 중인 한 바이오 기업 관계자는 "SK바이오팜이나 씨젠으로 바이오 공모주에 기대가 쏠리고 있지만, 거품은 아닐지에 대한 우려도 공존한다"며 "이에 특히 당국에선 바이오 기업의 서류를 보다 꼼꼼히 들여다보려는 경향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상장 바이오 기업들이 기대와 달리 저조한 결과를 도출해 바이오 산업 전체의 신뢰도가 흔들리기도 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IPO 성공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빅히트는 SK바이오팜과 함께 올해 IPO '대어'로 불리는 공모 기대주인데, 최근 예심 기한인 45거래일 내 심의가 완료되지 못했다. 거래소가 추가 자료를 요구하면서다.
거래소 관계자는 "심사는 추가 서류를 받아 보고 결정할 사항"이라며 "만일 심사 결과가 좋다면 빅히트가 하반기 제2의 SK바이오팜만큼 관심을 끌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업계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기업가치를 최소 3조원으로 평가해 상장시 엔터테인먼트 대장주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상장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시장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