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산유국들의 원유 감산조치로 '노는 유조선'이 늘어나고 있다. 물동량 하락으로 덩달아 운임이 곤두박질 치고 있는 가운데 운송수요가 2023년은 돼야 회복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면서 유조선 시장이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9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운빅데이터연구센터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중동-중국 항로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운임지수(WS, World Scale)가 36으로 기록되며 올해 평균(82.4)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일 환산 용선료는 1만6000달러 수준으로 손익분기점(BEP)인 3만달러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배를 띄우면 오히려 손해를 보는 상황인 셈이다.
산유국들의 감산조치로 '노는 유조선'이 늘어나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VLCC. 사진/삼성중공업
운임 하락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회원국 모임인 OPEC+의 공조 감산에 따른 여파로 관측된다. OEPC+는 코로나19에 따른 원유 수요 감소에 대처하기 위해 지난 5월부터 하루 970만배럴의 감산을 합의했고 이달부터는 하루 770만배럴 감산을 이어가기로 했다.
OEPC+의 감산 영향으로 물동량이 줄어든 탓이다. 이에 따라 운항을 멈춘 유조선이 늘어났다. 이달 초 중동 해역에는 VLCC 30~35척이 계선(운항을 멈추고 항구에 정박)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볼틱해운거래소는 "8월 초 중동 원유화물 계약이 극단적으로 줄어 몇건에 머무르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화물 운송을 마친 일부 유조선이 시장으로 복귀할 전망이다. 이 선박들이 용선 시장에 복귀하면 수급 밸런스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보다 운임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운임이 반등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최근 영국 해운조사기관인 드류리는 "올 하반기 글로벌 경제 활동이 원유 수요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올해 석유 소비량은 전년보다 3.7% 하락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유조선 용선 계약이 작년 수준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최소 2년이 걸릴 것"이며 "신조 발주선은 줄어 들고 있지만 물동량 감소에 공급과잉은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내 해운업계 관계자도 "전 세계 원유 소비 감소로 유조선 시장도 당분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