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현대로템이 2400억원 자금조달을 위해 발행했던 전환사채 현대로템30CB를 두 달 만에 조기상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례적인 채권 조기상환은 채권자들의 주식 전환을 압박해 채권 상환 부담을 덜고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현재 채권 원리금을 돌려받는 것보다 주식으로 전환할 때 기대이익이 훨씬 커 채권 보유자들은 서둘러 주식 전환을 신청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로템(064350)은 지난 7일 금융감독원 공시를 통해 6월17일에 발행한 전환사채(CB) 2400억원을 조기에 상환하겠다고 밝혔다. CB 발행조건 중에는 조기상환청구권 행사기간 개시 이후 연속으로 15거래일간 보통주 주가가 전환가액의 140%를 초과하면 회사가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주식 전환가액이 9750원이므로 전환가액의 140%는 1만3230원인데 현대로템 주가는 채권 발행 이후 이 가격 밑으로 내려간 적이 없다.
그렇다고 현대로템의 재무사정이 갑자기 호전돼 불과 두 달 전에 빌린 2400억원을 갚을 수 있게 된 것은 아니다. 이보다는 주가가 1만7000원대까지 올라 주식 전환 시 기대이익이 커진 상황에서 남아 있는 채권의 상환 부담을 털어내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을 가능성이 높다.
현대로템 CB 발행을 주관한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17일부터 시작된 주식전환 신청에는 지난주까지 전체 CB 발행액의 80%에 달하는 약 1900억원이 신청했다.
증권사들은 2주 단위로 주식 전환 신청 물량을 모아 업무를 처리하기 때문에 현재까지는 1차 신청만 이뤄진 상태이며 현재 2차 신청을 접수 중이다.
이에 현대로템 측이 주식전환 신청 규모를 확인하고, 남은 채권자들도 주식으로 속히 전환하도록 조기상환 카드를 꺼내 압박하는 것으로 보인다.
CB 투자자들은 조기상환이 실행되면 채권 원금과 연 3.7%의 두 달치 이자만 챙길 수 있다. 반면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보유한 채권금액(액면가 기준)에 해당하는 주식을 1주당 9750원에 받아 70% 이상의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채권이 주식으로 전환되면 부채가 자본금으로 바뀌어 재무구조가 개선된다. 기대수익률 차이가 워낙에 커서 CB 전액이 주식 전환에 응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현대로템은 유상증자를 한 것과 같은 효과를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로템이 채권 조기상환청구권을 행사하겠다고 못박은 날짜는 오는 22일(토)이다. 따라서 채권자들은 19일까지는 주식전환을 신청해야 주식으로 받을 수 있다. 이 날짜를 놓치면 채권원리금만 받게 된다.
19일까지 접수를 받는다고 해도 증권사들이 2주 단위로 업무를 처리하므로 다음주로 미루면 2주 늦게 주식을 받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이달 1일부터 15일까지 주식전환을 신청한 채권자들에겐 이달 31일에 주식이 입고될 예정이다. 다음주 18일과 19일에 접수된 물량은 9월15일에나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주식 전환을 신청할 생각이라면 서둘러야 한다.
한편으로, 주식 배정 CB나 공모에 참여해서 받은 CB 보유자 중 아직 주식전환을 신청하지 않았다면 채권 상태에서 매도하는 것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주식 전환 시 70~80% 수익률은 현재 주가가 유지된다는 전제 하에 가능한 것이다. 1차 접수 당시 신청했던 주식 전환 물량이 다음주에 시장에 풀리면 주가는 하락 압력을 받일 수밖에 없다. 1000억원이면 1025만주, 1500억원이면 1538만주가 한꺼번에 매도 가능 물량이 된다. 전체 발행주식 8500만주 중 현대차 지분 3685만주와 자사주 37만주, 국민연금 보유물량 434만주를 뺀 주식 수가 4157만주이므로 결코 적지 않은 물량이다.
이때 주가가 20% 이상 하락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면 차라리 지금 채권 상태에서 매도해 50% 이상의 차익을 확정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 현재 현대로템30CB는 채권시장에서 1만5700원을 오가는 중이다.
반대로 지금 시장에서 채권을 매수해 주식 전환을 신청하는 것도 이론상 가능하다. 현대로템30CB 액면가 1000만원어치를 시장가로 1570만원 주고 매수해 주식으로 전환한 다음 주당 1만7500원에 매도한다면 200만원 이상 차익이 발생한다. 하지만 그때까지 주가가 1만7500원을 유지할 수 있을지, 그 가격에 팔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1만5400원보다 싸게 매도할 경우엔 손실을 입게 된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