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전액배상" 당국 무리수에 판매사 고심

하나·우리은행 27일까지 수용여부 결정…"전액배상 선례 남기기 어려워"

입력 : 2020-08-13 오후 3:31:31
[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금융당국이 분쟁조정위원회 권고의 법적 강제력 확보에 나선 건 사모펀드 사태의 후속조치와 관련해 금융사들에 대한 압박 카드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편면적 구속력 제도의 도입 필요성이 언급되고 국회에서 이를 반영한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실제 제도개선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기 때문이다. 당장 분조위의 라임 무역금융펀드 배상 권고안을 받아든 금융사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라임 판매사들인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권고안 수용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이사회 일정을 아직 잡지 못하고 있다. 금감원 분조위는 지난 2018년 11월 이후 판매된 라임 무역펀드 분쟁조정 신청 4건에 대해 사상 처음으로 판매사들의 전액 배상 결정을 내놨다. 권고안 수용기한은 해당 금융사 요청으로 한 달 연장돼 오는 27일까지다. 지난 3월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사태와 관련해 금융사들은 권고안 수용 결정을 수차례 미룬 바 있지만, 금감원은 이번 경우 더 이상 기한을 연장할 수 없다는 방침이다.
 
라임 판매사들은 대체로 전액 배상 권고안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가운데 판매사가 모든 책임을 떠안는 식이고, 라임 측에 구상권을 청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키코 당시와 같은 배임 우려도 있지만, 잇따른 사모펀드 문제로 판매사들이 전액 배상이라는 선례를 남기기는 쉽지 않다"며 "다만 최근에 당국이 강경한 태도를 보이며 권고안 수용을 압박하는 모습이라 최대한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1일 분쟁조정 제도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편면적 구속력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분조위 권고안에 대해 민원인이 동의하면 금융사들이 이를 수용토록 강제하겠다는 취지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장은 "편면적 구속력은 금융당국과 금융사, 소비자 간에 사전 중재제도가 뒷받침돼야 도입될 수 있다"며 "당장 실현되기 힘들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데,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명확한 책임 규명도 없이 압박 수단으로 활용되는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사모펀드 사태 관련 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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