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윤대-김승유 민영화 설전
"금융권에 45년 몸담았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17일 공식석상에서 우리금융 민영화 의지를 표명하면서 내뱉은 말이다.
김 회장은 "인수합병(M&A)에서 상대를 지칭해 말하는 건 잘 모르는 소리"라며 대학 후배인 어윤대 내정자를 꼬집기도 했다.
김 회장은 특히 "(금융사 경영에서) 규모를 키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전문성과 핵심 역량을 강화할 수 있어야 한다"며 "세계 50위 은행 중에도 망한 곳이 여럿 있다"며 우리금융 인수 적임자는 KB가 아니라 하나금융지주가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 KB+우리금융 결합시 글로벌 50위권 도약 '강점'..시너지는 "글쎄"
KB금융과 우리금융이 합친다면 규모의 경제를 기대할 수 있다. 양사 통합시 자산규모가 650조원으로 세계 50위권내 매가뱅크가 될 수 있다.
어윤대 내정자는"국외에서 원전을 수주할 때 우리나라 은행들은 보증을 설 수 없다"며 보증을 설 수 있는 수준의 메가뱅크 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사가 모두 가계 금융에 치중된 사업구조를 지니고 있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양사 금융노조는 벌써부터 "KB와 우리 합병시 1만5000명 정도가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며 반대입장을 내놓고 있다.
양사의 최근 수익력이 약화된 점도 약점이다. KB지주는 전체 순익 90%가 은행에서 나오고 있다. 경쟁사에 비해 은행의 이익률도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우리금융 순익 역시 외형상 개선된 것으로 보이나 이는
하이닉스(000660) 등 보유 지분 매각 등을 통한 일회성 이익이 대부분이다.
'승자의 저주'도 고민거리다. M&A 기대감으로 우리금융의 주가가 많이 오른만큼 대규모 자금을 동원해 KB금융이 합병에 성공하더라도 그야말로 '상처뿐인 영광'만 남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병윤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은행이 대형화되면 시스템 리스크가 커지고 중소기업 대출이 위축된다"며 "대형화된 은행이 국내영업에 집중할 경우 독과점 폐해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 하나금융지주, M&A 경험 많지만 합병시 규모 경쟁력 없어'
하나금융은 KB금융에 비해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양한 편이다. 여기에 소매 금융 중 '우수고객(PB)'분야가 특화된 것도 장점이다. 비지니스유닛(BU)체제로 조직내 의사결정이 빠르고 앞서 서울은행, 보람은행, 충청은행 등 인수경험이 많다는 것이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김승유 회장은 "PMI(post-merger integration, 인수합병 후 통합하는 기업합병 방법)가 중요하다"며 "통합된 조직이 성공한 사례는 20%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자산규모에서우리금융과 하나금융지주 통합시 규모의 경제효과가 'KB금융+우리금융'에 비해 뒤진다는 점은 약점이다.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지주 통합시 자산규모는 500조원대로 'KB+우리금융'의 650조원에 비해 150조원 가량 뒤쳐진다.
현 정부는 '글로벌 금융 경쟁력 강화'를 기치로 금융권내 규모의 경제를 역설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의 M&A 실탄이 KB에 비해 적다는 점도 취약점이다. 앞서 하나금융지주는 M&A 자금 마련을 위해 은행채 발행을 검토했지만 주가 급락이라는 혹독한 시련을 경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