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층간소음을 호소하는 아래층 이웃에게 오히려 보복성 층간소음을 1년6개월 간 지속한 한 아파트 주민에게 법원이 500만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다.
18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1003단독 황한식 원로법관은 아래층 거주민 A씨가 위층 거주민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A씨가 청구한 배상금액 전부를 인정했다.
2013년2월2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층간소음피해자모임카페 관계자들이 층간소음 관련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A씨 가족은 2017년 8월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1층에 이사한 이후 그해 말부터 심각한 층간 소음에 시달렸다. 그는 여러 차례 아파트 경비실에 연락해 사태 해결을 요청했으나 B씨는 소음발생 사실을 부인하거나 아예 인터폰을 받지 않았다. 화가 난 A씨는 위층에 올라가 초인종을 눌렀지만 B씨는 "아무리 소음이 나도 한밤중에 방문하는 것은 불법이므로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되레 반발했다.
층간소음이 계속되던 중 2018년 8월부터는 한밤중에 저주파 스피커에서 나는 듯한 정체불명의 기계음까지 들리기 시작했다. A씨는 B씨가 보복성으로 층간소음을 낸 것으로 생각하게 됐다.
A씨 부부와 두 명의 자녀들은 수면장애, 과잉불안장애, 만성위염 등의 고통을 겪게 됐다. A씨는 B씨의 마음을 돌리고자 과일 등 선물과 편지를 여러 차례 건넸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결국 A씨는 소음 발생 사실을 내용증명으로 보내고 경찰에 신고했다. 또 민원을 접수하고 서울시 층간소음 상담실을 방문해 상담도 받았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소음을 녹음해 오던 A씨는 보다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소음진동 기술사를 불러 전문기계로 소음을 측정했다. 측정결과 정체불명의 기계음은 90데시벨(dB)을 넘는 수치로 '공동주택 층간소음 범위와 기준에 관한 규칙'이 정한 기준인 45데시벨을 훨씬 상회했다. 이는 시끄러운 공장 안 소음과 비슷해 소음성 난청을 유발하는 수준이었다.
A씨는 "소음 발생 범위가 공동주택에서 생활하는 이웃 사이에 통상적으로 수인해야 할 범위를 초과했다"며 "스트레스 등 참을 수 있는 한도를 넘는 고통에 시달리게 했다"고 B씨를 상대로 5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황 원로법관은 A씨가 제기한 500만원의 손해를 모두 인정하고 B씨가 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A씨 소송을 대리한 대한법률구조공단 측 오충엽 법무관은 "A씨는 원만한 해결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한 뒤에 최후의 수단으로 소송을 제기했다"면서 "층간소음으로 인한 분쟁이 끔찍한 형사 사건으로 이어지기도 하는 현실을 반영해 재판부도 파격적인 판결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