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세무당국이 부과한 1600억원대 추징금이 부당하다며 낸 소송에서 사실상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는 20일 이 회장이 "증여세 등 부과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서울 중부세무서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양측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왼쪽)이 지난해 10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정규대회 THE CJ CUP에서 우승한 저스틴 토마스에게 트로피를 수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재판부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의 적용에 있어 명의신탁 설정에 관한 합의가 존재해 해당 재산의 명의자가 실제소유자와 다르다는 점은 과세관청이 증명해야한다"면서 "원고와 해외 특수목적법인 또는 해외 금융기관 사이에 이 사건 주식의 명의신탁에 관한 합의사실이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원심을 수긍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증여세 1562억여원, 양도소득세 33억여원, 종합소득세 78억여원 등 합계 약 1674억 원의 세금 중 증여세 약 1562억원의 부과 처분을 취소한 원심을 인용했다. 양도소득세 및 종합소득세 약 112억원은 적법한 처분이라고 본 부분도 인정했다.
이 회장은 1990년대 중후반 조세회피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고 SPC 명의로 주식을 사고팔아 세금을 회피한 혐의를 받았다.
중부세무서는 이 회장이 명의신탁한 주식 등을 양도해 소득이 발생했음에도 부당한 방법으로 과세표준을 신고하지 않았다며 증여세·양도소득세·종합소득세 등 총 2614억원을 부과 처분했다.
이 회장은 이 같은 세금 부과가 부당하다며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고, 조세심판원은 지난 2017년 11월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로 확정된 940억원을 취소하라며 일부 받아들였다.
이 회장은 "각 SPC를 지배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법상의 소유권까지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없다"며 "해외 금융기관과 명의신탁에 관한 합의가 없었다"고 나머지 1674억원에 대한 부과처분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1심은 "사건 주식의 실제 소유자로서 해외 특수목적법인 또는 금융기관에 이를 명의신탁 하였다고 인정하여 증여세 부과처분 중 본세 부분, 종합소득세 및 양도소득세 부과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2심은 "원고가 이 사건 주식의 실제 소유자인 사실, 원고와 해외 특수목적법인 또는 해외 금융기관 사이에 이 사건 주식의 명의신탁에 관한 합의가 있었던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증여세 부과처분은 위법하다"면서 양도소득세와 종합소득세만 인정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