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코로나19 2차 대유행 사태를 맞아 방역에 골치를 앓으면서도 대선주자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다. 감염병 확진자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급증, 경기도도 비상에 걸렸지만 도민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 강경대응 기조의 리더십을 보여주며 민심을 사로잡고 있어서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와 경기도청에 따르면 23일 0시 기준 경기도 코로나19 확진자는 125명을 기록했다. 지난 16일부터 누적 확진자는 728명으로, 하루 평균 91명꼴로 감염병 양성 판정자가 생겼다. 이런 탓에 이 지사는 지난주에 두 차례 긴급 기자회견을 여는 등 방역에 골머리다. 이 지사는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 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심각하다"면서 "겪어보지 못한 쓰나미급 대충격이 시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도 관계자에 따르면 이 지사는 경기도 방역 성공을 코로나19 전국 확산의 마지노선으로 삼고 있다. 경기도민 숫자(1370만명)가 국내 총인구의 4분의 1에 달해서다. 이 지사는 부동산이슈 선점과 외연확장을 위해 25일 국회에서 개최키로 한 '경기도 기본주택 정책 토론회'까지 미루고 코로나19 수시 대응체계에 돌입했다.
지난 20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이번 사태가 이 지사에게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도지사'라는 행정기관의 수장으로서 방역 현장의 전면에 등장해 코로나19를 수습하는 정책역량을 발휘할 수 있어서다. 실제로 이 지사가 감염병 2차 유행 사태를 대처하고자 도민 마스크 착용 의무화하자 전북도와 충남도도 뒤따랐다. 이 지사는 이번 사태의 주범으로 꼽힌 사랑제일교회에 대해서도 전광훈 목사 등 교회 관련자를 '범죄집단'으로 간주해 엄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보건소 직원들을 껴안고 침을 뱉는 등 난동을 부린 경기도 포천의 교인 부부에 대해선 감염병 예방법에 따른 공무집행 방해로 형사 고발토록 했으며, 상해죄 적용도 검토를 지시했다.
이런 모습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 다른 대선주자들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감염병 대응에 한계를 보이는 것과는 대비된다. 이 지사는 코로나19 1차 유행 당시에도 사태의 진원인 신천지를 압박하고, 경기침체를 극복하고자 긴급 재난지원금 이슈를 제기해 민심의 호응을 얻고 지지율 반등을 이룬 바 있다. 이 지사의 지지율은 1월 3%에 머물렀으나 6월 10%대를 돌파했으며 이달 14일엔 19%를 기록, 이 의원(17%)을 오차 범위 안에서 따돌렸다. 특히 이 의원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은 탓에 2주간 자가격리에 돌입, 민심과 접촉할 기회를 당분간 상실한 것이 이 지사에게는 호재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이낙연 대세론'을 따라잡은 이 지사가 아예 '이재명 대세론'을 굳힐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성수 시사평론가는 "이 지사는 도정을 이끌어나가는 사람으로서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정책을 보여주고 성과를 내면서 대선주자의 인지도를 높여갈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며 "1년 넘게 남은 대선만 보고 운신해야 하는 이 의원과는 시간이 지날수록 차이를 낼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