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의사가 환자에게 수술의 내용과 부작용 등에 대해 설명 의무를 다했는지는 수술동의서를 기준으로 수술 명칭 등이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A씨가 산부인과 의사인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관한 상고심에서 A씨 청구를 일부만 받아들인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0일 밝혔다.
30일 법원에 따르면 의사가 수술 전 설명의무를 다했는지는 수술동의서에 명칭 등이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진은 수술을 집도하고 있는 의사들. 사진/뉴시스
재판부는 "의사인 B씨는 수술을 시행하기 전에 환자에게 수술 내용과 방법, 후유증 등에 관해 명확히 설명하고 동의를 받아야 하며, 그 여부는 수술동의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면서 "A씨가 작성한 수술동의서에는 음핵 성형술이 기재돼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피고가 수술 명칭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은 채 원고에게 설명했다면 피고가 설명 의무를 제대로 이행한 것으로 볼 수 없고, 원고의 이해 부족 등을 탓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의 설명 의무 위반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의 판단에는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면서 "이를 지적하는 상고 이유는 이유 있다"고 판시했다.
A씨는 2012년 11월 소음순 비대칭 교정을 위해 B씨가 운영하는 산부인과의원에 내원해 소음순 성형, 요실금 수술, 질 성형 등의 수술을 추천받았다. A씨는 상담 후 수술동의서를 작성하고, 소음순 성형, 음핵 성형, 사마귀 제거, 매직레이저 질 성형, 성감레이저 질 성형 수술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소음순의 상당 부분이 절제됐고, 외음부 위축증과 협착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하혈과 통증을 겪은 A씨는 다음 해 1월 방문한 다른 여성병원에서 수술 이후 질 입구의 유착과 소음순 손상을 비롯해 소음순에 심한 궤양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A씨는 "의사에게 요구되는 의료상 주의 의무를 소홀히 해 질 수술 후 유착, 골반통 등을 발생시켰다"면서 "각 수술이 필요한 이유, 수술 방법, 수술에 따른 부작용과 합병증에 대해 설명하지 않은 채 동의 없이 수술을 시행했다"면서 일실수입과 위자료, 치료비 등 2억원을 청구했다.
1심과 2심은 B씨의 과실을 인정해 A씨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진료기록 등을 볼 때 B씨가 설명의 의무를 다한 것으로 보이고, A씨의 사후관리 미숙 등으로 염증과 궤양이 발생했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B씨의 책임을 70%로 제한했다. 1심이 인정한 배상금은 2396만원, 2심이 인정한 금액은 2596만원이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수술동의서를 봤을 때 의사가 설명 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 위자료 부분을 파기해 환송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