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스타트업 업계 "데이터 3법, 여전히 불분명…인력 수급 해결도 시급"

코리아스타트업포럼, AI 생태계 관련 웨비나 열어
데이터 3법 중복되거나 모호한 부분 많아…데이터 사용·확보 어려워

입력 : 2020-08-28 오후 6:10:47
[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국내 인공지능(AI) 산업 성장을 위해서 관련 법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해에 발표한 인공지능 국가 전략과 최근 발표한 디지털 뉴딜 정책의 방향성은 좋지만, 기업들이 실질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법적 불확실성을 지우고 데이터 표준을 마련할 수 있어야 AI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왼쪽부터)고환경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김대영 크라우드웍스 이사, 박영준 룰루랩 이사, 이욱재 코리아크레딧뷰로 본부장, 이상용 건국대학교 교수. 사진/웨비나 화면 갈무리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주관한 '스타트업과 상생하는 AI 생태계, 데이터와 인재에서 해답을 찾다' 웨비나에 참석한 AI 업계 관계자들은 입 모아 관련법의 명확성을 확보해 달라고 말했다. AI 학습에 필수적인 데이터 관련 법이 모호해 법 저촉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들은 아울러 AI 산업에 필요한 인재를 단기적으로 확보할 정부 차원에서의 방안도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AI 관련 서비스 기업의 법적 자문을 담당하고 있는 고환경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기업들이 가장 어렵게 느끼고 있는 문제는 '법의 명확성'이다"고 지적했다. 데이터 3법 개정 배경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원유인 '데이터'를 기업들이 좀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법적 정합성을 확보하는 것라는 점을 고려할 때 아쉽다는 평가다. 
 
고 변호사는 "신용보호법과 개인정보보호법에서 중복으로 적용되는 항목도 많고, 특례로 들어온 정보통신망법에는 법적 해석이 불명확한 부분도 많다"며 "법적 명확성을 제고해 사업자 입장에서 혼동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욱재 코리아크레딧뷰로 본부장은 "데이터 3법이 통과돼도 의료나 교통 등 개별법에 의해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종이 있다"고 설명했다.  
 
얼굴 데이터에 기반해 화장품을 추천하는 AI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는 룰루랩의 박영준 이사도 "데이터 3법이 통과되면서 비식별화한 얼굴 데이터로 AI 모델을 고도화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했지만, 비식별화 가이드라인이 정확하지 않다"며 "이를 좀 더 명확히 해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법이 좀 더 유연해져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AI 학습을 위한 데이터를 크라우드 소싱 하는 크라우드웍스의 김대영 이사는 한 스타트업의 사례를 들었다. 이 회사는 기침 소리를 통해 코로나를 측정하는 서비스를 만들고자 했지만, 의료 정보 민감성을 이유로 데이터를 구하지 못했다. 이 기업은 필요한 정보를 인도의 파트너사를 통해 구해야 했다. 김대영 이사는 "학습 과정이 끝나면 개인 정보 데이터는 폐기되는데 이런 현실을 반영해 서비스를 만들 수 있도록 의료 분야 법의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분명한 법 제도로 인해 데이터를 사용하는 것도 어렵지만, 정제된 데이터를 확보하기조차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데이터 품질을 관리할 표준 체계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욱재 본부장은 "AI 모형 분석보다 여기 사용할 데이터 전처리에 들어가는 시간이 훨씬 많이 걸린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국가가 나서서 데이터를 정제해 주거나 표준을 정하면 산업에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박영준 이사도 "기술 개발 사업화 자금도 좋은데 데이터 레이블링같이 학습 데이터를 확보하게 해주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데이터만큼이나 시급한 문제는 AI 전문 인력 확보였다. 참가자들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AI 관련 학과 증원 등으로는 빠른 시일 내에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욱재 본부장은 "산학연 교육 과정을 개설하거나 정부가 AI 대회를 여는 방식으로 단기적 해결책을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병역 특례로 구할 수 있는 전문 연구 요원이 줄어드는 것도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에게는 큰 걱정거리다. 고급 AI 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스타트업이 인력을 수급할 몇 안 되는 방법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박영준 이사는 "현재 2500명인 전문 연구 요원이 오는 2025년 2000명 수준으로 감소하는데, 또 이들은 연구 요원 임기가 끝나면 이직을 해버린다"며 "정부가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에 AI 전문 인력의 장기 근무를 지원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배한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