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이럴거면 3단계가 낫죠"…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에 자영업자 '속앓이'

배달 안 하는 식당들, 매출 타격 불가피
같은 커피 팔아도…프랜차이즈 카페는 포장만, 개인 카페는 실내 취식 가능
자영업자들 "정부 추가 지원 대책 절실"

입력 : 2020-08-31 오후 3:05:57
[뉴스토마토 정등용 기자] "QR코드 촬영 부탁 드릴게요. 아니면 신분증 보여주셔도 돼요."
 
31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국수집에 들어서자 직원이 이 같은 말과 함께 방문 이력 작성을 요구했다. 정부가 지난 30일 0시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2.5단계로 격상하면서 식당과 카페 등 각 상점들마다 출입 방역 조치를 한층 강화한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 후 첫 평일, 대부분 상점들은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무엇보다 이번주가 코로나19 확산세를 막을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상인들 역시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에 적극 동참하는 분위기다. 
 
다만 정부의 세부 지침에 대해선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왔다. 같은 커피를 팔아도 프랜차이즈 카페의 경우 포장만 되는 것에 반해 개인 카페는 내부 취식이 가능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31일 방문한 서울 종로구 낙원동 아구찜 거리가 한산한 모습이다. 사진/정등용 기자
 
"저희는 배달도 안 돼요"
 
서울 종로구 낙원동 아구찜 거리에서 30년 전통 아구찜 식당을 운영 중인 A씨는 "저희도 어제 오후 9시까지 문을 열었다"면서 "이젠 그 시간 이후로 포장과 배달만 가능한데 저희는 포장만 되다 보니 매출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 했다.
 
앞서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시행하면서 식당과 술집 등의 영업 시간을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로 제한하는 한편 오후 9시 이후로는 포장과 배달만 허용토록 했다. 문제는 모든 식당이나 술집이 배달을 하진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맛집 특화 거리 같은 곳이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인근 아구찜 식당 종업원 B씨는 "저희 손님 대부분은 직접 오셔서 술을 드시는 분이 많다"면서 "포장도 되긴 한데 그런 경우가 잘 없다. 9시 이후로 문을 닫아야 한다면 사실상 장사를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안타까워 했다.
 
또 다른 식당 종업원 C씨는 "사실상 3단계와 같은 2.5단계를 시행할 바에야 애초에 3단계를 시행하는게 낫지 않겠냐"면서 "일주일 정도를 확실하게 거리두기를 한다면 코로나 확산세를 좀 잡을 수 있지 않겠냐"고 의견을 내기도 했다.
 
31일 서울 시내 한 프랜차이즈 카페의 내부 좌석이 모두 정리돼 있다. 사진/정등용 기자
 
같은 카페도 프랜차이즈는 포장만 가능
 
카페는 프랜차이즈 카페와 개인 카페 간에 극명한 온도 차를 보였다. 프랜차이즈 카페의 경우 실내 취식이 불가능 하지만 개인 카페의 경우 가능하기 때문이다. 인사동 카페골목에서 전통 찻집을 운영 중인 D씨는 "상황이 크게 달라진 것은 없는 것 같다"면서 "지금 다들 힘들지 않나.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까지 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프랜차이즈 카페는 한 곳 예외 없이 의자와 테이블을 모두 구석으로 치우고 내부 공간을 정리했다. 대신 키오스크(무인결제시스템)를 설치해 직원과 손님 간 대면 접촉을 최소화 한 카페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한 프랜차이즈 카페 직원 E씨는 "방문 포장이 된다고 해도 카페에서 공부를 하거나 업무를 보는 분들이 많았는데 이런 게 불가능해지다 보니 매출이 줄어들 것 같다"고 내부 상황을 전했다.
 
다만 프랜차이즈 중에서도 제과 업종 등의 경우 실내 취식이 가능해 식사 후 커피를 마시기 위한 손님들이 몰리기도 했다.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 매장 직원 F씨는 "손님들께 매장 출입시 손소독제 사용을 의무화 하고 있고, 방문 이력 작성도 철저히 하고 있다"면서 "내부 착석 시에도 3명 이상은 떨어져 앉도록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31일 서울 시내 한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 매장에 일부 손님들이 자리에 앉아 있다. 사진/정등용 기자
 
"정부 지원 절실…추가 대책 나와야"
 
이날 만난 외식업계 관계자들은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소상공인 지원의 경우 정부 예산 26조원이 확보됐고 약 10조원 정도가 남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으로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큰 만큼 추가적인 대책을 검토 중이란 입장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위에서 "이미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들에게 긴급경영자금 지원, 임대료에 대한 경감지원 조치 등 세 차례 추경을 통해서 했던 정책을 계속 시행하고 있다"며 "추가 피해 대책에 대해서는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등용 기자 dyzpow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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