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 힘의 상징인 헤라클레스. 헤라클레스는 네메아 골짜기에 사는 괴물 사자를 퇴치하고 괴물뱀 히드라를 물리치는 등 12개의 난사(難事)를 극복한 신화적 존재다. 난행을 헤쳐나간 그의 모습은 오늘날 역경을 이겨내는 가장들의 모습과 닮아있다.
오죽하면 그의 아들인 켈토스의 이름을 딴 차량까지 판매할 정도로 헤라클레스의 ‘헤일로 이펙트(Halo Effect)’는 든든한 버팀목과도 같다. 하지만 불사의 영웅으로 추앙받던 그도 히드라 독에 의한 감염을 피해갈 수 없었다.
헤라클레스의 죽음은 비극적 사태에 내몰린 ‘서민경제’와 다를 바 없다. 코로나19 확산 추세로 자영업자·소상공인 뿐만 아니라 상위층에서 하위층으로 하락하는 계층 간 이동이 급속화될 조짐이다.
마지막 영업 후 문을 닫은 한 연예인의 이태원 식당에는 동네 사장들이 모여 ‘당신은 영원한 이태원 전설입니다’라는 푯말로 기약할 수 없는 작별을 고했다.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던 미용실 사장은 모든 걸 체념한 체 수도권을 등지는 등 그의 먹먹한 사연은 남 일이 아니다.
나름 중산층으로 자부하던 한 상권 임대인의 한숨도 예사롭지 않다. 그러는 사이 정부와 정치권은 무능한 탁상론자들의 오기만 남은 듯하다. 이는 또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한 2차 긴급재난지원금 얘기다.
‘선택적이냐, 보편적이냐’는 논쟁을 보고 있으면 5년 전 무상급식 논란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재벌회장 아들에게도 무상급식을 해야하냐’는 방술은 몰상식 그 자체였다.
보편적 복지의 근본이념은 복지개혁을 통해 모든 사람이 혜택을 보고 모든 사람이 재정 확보에 동참하는 것이다. 복지가 약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모범답안은 스웨덴 사민당 소속으로 총리를 역임한 잉바르 카를손의 저서 ‘사회민주주의란 무엇인가’에 잘 드러나 있다.
‘부자도 세금을 낸다’는 객관적 사실을 평서문으로 이해해야한다. 소득수준에 따라 더 많이 내고 더 많은 곳에 쓰이는 이치다. 과세에는 공평을 주창하면서 누군 주고 누군 안주고 왜 갈라치기를 하려하는가.
더욱이 긴급재난지원금은 복지의 개념이 아니다. 경제의 숨통이 틀 수 있도록 정해진 기간에 자신이 속한 지역에서 무조건 써야하는 처방전이다. 안 쓰면 귀속되고 급한 불을 껐던 효과도 입증된 사실이다.
감염병 사태 때 감소한 소비를 제외, 소비증가액만 따져 지원금 효과가 없다는 가짜뉴스의 ‘통계 왜곡’에 혀를 내둘 뿐이다. 오히려 정쟁의 필연적 오기로 똘똘 뭉친 정치권 공방으로 시간만 끈 탓에 효과만 반감됐다는 지적이 옳다.
홍남기 부총리에게 묻고 싶다. 2차 선별지원, 누구를 어떻게 객관적으로 나눌 것인가. 재정 부담을 논하지만 OECD 국가들과 비교해 국가채무 비율은 낮은 수준이다. 재정여력이 여의치 않은 것은 공감하나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가진 자들의 부담이 더 클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최고세율 45%’가 얼마나 큰 부담일지 의문만 커진다. 나라님들이 소비 진작 방안으로 툭하면 카드공제 혜택이나 꺼내들고 있으니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한심스럽다.
이규하 정책데스크 jud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