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테라젠바이오는 맞춤의학의 대가로 꼽히는 백순명 연세의생명연구원장을 연구소장 겸 R&D기술총괄(CTO)로 영입했다고 3일 밝혔다. 종양학 및 유전체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백순명 교수 영입으로 유전체 기반 암 백신 등 테라젠바이오의 전반적인 연구개발 수준과 속도가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백순명 연구소장은 1981년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병리학 레지던트 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미국 국립암연구소(NCI) 종양내과 펠로우(전임의), 미국 조지타운대 의대 교수, 미국 국립유방암대장암임상연구협회(NSABP) 병리과장, 삼성암연구소 소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 2013년부터는 연세대 의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연세의생명연구원장과 연세암병원 유방암센터장 등을 맡아왔다.
백순명 연구소장은 △유방암과 대장암 중심의 종양학 △인간 유전체 분석 및 중개 연구 △개인 맞춤 항암 치료 △임상 유전체 분석 및 질병 원인 변이 발견 등의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HER2' 유전자가 발현된 유방암 환자는 표준 항암제 치료 후에도 예후가 나쁘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문제 해결을 위해 현재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인 유방암 표적항암제 '허셉틴'의 초기 기전 정립과 임상 연구를 주도한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또 유방암의 예후 관련 유전자 분석을 통해 재발 가능성을 예측하는 진단 테스트 '온코타입 디엑스(Oncotype Dx)'를 개발, 초기 유방암 환자의 절반 이상은 항암제 치료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최초로 증명하기도 했다. 온코타입 디엑스는 지난 2004년부터 미국에서 유방암 치료 표준으로 채택돼 현재 모든 초기 유방암 환자에게 적용되고 있으며, 그 동안 100만명이 넘는 유방암 환자들의 치료 방향 결정에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6년에는 1700여명의 대장암 환자를 10년간 추적조사 연구해 초기 대장암 표준 항암 약물인 '옥살리플라틴'의 치료 효과가 분자아형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를 통해 표준 항암제에 내성이 있고 예후가 극히 나쁜 분자아형을 규명, 개인 맞춤형 대장암 치료제 및 관련 면역항암제의 개발 로드맵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의학적 성과를 인정받아, 유방암 학계 최고 권위의 '코멘브린커상(2010년)'을 비롯해 '연세의학대상(2011년)', '호암상 의학상(2017년)', '보건의료기술진흥 유공 대통령상(2017년)' 등을 수상한 바 있다.
한편, 백순명 연구소장은 암세포 유전체 분석을 통해 변이에 의해 생성되는 단백질들 중에서 극히 일부인 면역반응 유도 가능 신생항원을 예측, 개인 맞춤형으로 투여하는 방식의 암 치료 백신 개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테라젠바이오가 지난 5월 테라젠이텍스에서 물적분할된 이후 본격 개발을 선언한 유전체 기반의 암 진단법 및 백신 등과 같은 원리여서, 관련 연구와 임상시험 등이 더욱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써 테라젠바이오는 백순명 연구소장을 중심으로 연구개발을 전개하고, 황태순 대표는 경영과 사업에 집중하면서 투자 유치 및 기업공개(IPO) 등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