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카드사들이 경기 침체가 심화하면서 '핀셋 고객'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지급결제 수익 악화가 예상되자 소득 감소가 덜한 상위 고객 소비를 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카드사들이 경기 침체 타격이 덜한 상위 소득 고객의 소비를 유도하기 위해 명품 등 관련 혜택을 확충하고 있다. 사진은 롯데백화점 노원점 면세명품 행사장에서 고객들로 붐비는 모습. 사진/뉴시스
7일 업계에 따르면 카드사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격상 등으로 소비 위축이 전망되면서 소득 상위 고객을 위한 혜택을 확충하고 있다. 명품 관련 혜택을 늘리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현대카드는 최근 자사 고객이 이용할 수 있는 M포인트몰 '프리미엄 전용관'에 명품 브랜드 '버버리'를 입점시켰다. 현대카드 레드 또는 그린카드로 버버리 상품을 결제하면 금액의 최대 50%를 M포인트로 결제할 수 있다. 앞서 현대카드는 지난달 자사 포인트로 특급 호텔 멤버십과 스파를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 '현대카드 M FLEX'도 론칭한 바 있다.
하나카드도 자체 운영 중인 해외직구라운지에서 명품패션 행사를 전개한다. 내달 4일까지 노드스트롬 등 미국·유럽의 고급 백화점몰 등의 상품을 일정 금액 이상 구매하면 자사 포인트 '하나머니' 적립 혜택을 제공한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코로나로 해외 백화점, 명품숍 쇼핑을 갈 수 없는 고객을 달래기 위해 이번 이벤트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고객 멤버십 상위 등급 기준도 세분화하고 있다. 신한카드 등 신한금융그룹은 지난 4월 우수고객 제도인 'Tops Club' 제도를 '신한플러스 멤버십'으로 개편하면서 신규 상위 등급을 만들었다. 기존의 멤버십 등급은 4단계(프리미어·에이스·베스트·클래식)였지만, 개편 이후 상위 등급인 '프리미어'를 '프리미어·프리미어+·프리미어++' 등으로 잘게 나눴다. 거래 빈도를 바탕으로 등급을 세분화해 우수 회원 혜택을 강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거래가 많은 고객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기존 프리미어 등급을 나눴다"고 말했다.
이같이 카드사들이 상위 소득 고객을 겨냥해 혜택을 늘리는 데는 하위 계층 대비 소비 위축 영향이 덜하다는 판단이 자리한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가 집계한 '백화점 상품군별 매출 증감률'을 보면 '명품(해외유명 브랜드)'은 2분기부터 전년 동월 대비 매년 매출이 증가했다. 지난 7월 명품 매출은 전년 대비 32.5%까지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잡화, 여성 캐주얼, 남성 의류 등의 매출은 코로나 타격으로 전년 대비 일제히 감소했다.
소득 분위별 소비성향도 격차가 커지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2분기 소득 1분위(하위 20%)의 평균소비성향은 100.7%로 전년 대비 9.3%포인트 하락했지만, 5분위(상위 20%)의 평균소비성향은 1.3%포인트 줄어 코로나 영향에 차이가 나타났다.
코로나가 장기화 할수록 카드사는 소비 유도 여력이 큰 고객과 분야에 집중해서 혜택을 제공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코로나로 오프라인이나 여가에 드는 마케팅 비용이 줄어든 대신 온라인이나 언택트 관련 혜택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