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올해 초기 침체했던 글로벌 TV 시장이 점점 기지개를 켜고 있다. 북미와 유럽, 중국 등 주요 소비 시장 수요가 급증하면서 유통 채널 재고 소진 및 패널 가격 상승 등 회복 시그널이 뚜렷한 모습이다.
8일 관련업계와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9월 상반월 TV용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고정가격은 72인치를 제외하고 8월 하반월 대비 모두 상승했다. 32인치는 46달러(약 5만5000원)로 4.6% 증가했고 43인치는 96달러(약 11만4000원)로 3.2% 늘었다. 55인치는 148달러(약 17만6000원)로 3.5% 증가했고 65인치는 200달러(약 23만8000원)로 2.6% 늘었다.
이로써 32인치와 55인치는 6개 반월 연속, 43인치와 65인치는 5개 반월 연속 상승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글로벌 TV 수요 부진으로 하락세를 면치 못하던 패널 가격이 안정을 되찾았다.
코로나19 여파가 휘몰아쳤던 4월과 5월이 포함한 올해 2분기와 비교하면 그 변화를 제대로 실감할 수 있다. 2분기 대비 올해 3분기 LCD 패널 평균가격 증감률은 75인치를 제외하고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75인치만 -1.3%를 기록한 가운데 32인치(+22.5%), 43인치(+14.0%), 55인치(+17.5%), 65인치(+7.7%) 모두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김현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레저 활동 제한에 따른 소비 이전 효과, 콘텐츠 수요 증가에 따른 고화질 TV 수요 증가 트렌드가 지속하고 있다"라며 "국내 LCD 다운사이증 및 최근 TV 수요 회복 추세를 감안해 4분기까지 패널 가격 반등이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전망했다.
'블랙 프라이데이'인 지난해 12월29일(현지시간) 쇼핑객들이 미국 뉴욕의 메이시스 백화점에서 쇼핑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이번 패널 가격 상승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034220)가 TV용 LCD 패널 생산 라인을 줄여온 데 따라 시작됐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사업 효율화 차원에서 내년부터 LCD TV 패널 생산을 중단한다고 밝히며 올해 연말까지 생산라인을 순차적으로 폐쇄하기로 했다. 국내 뿐만 아니라 중국 쑤저우 LCD 생산 공장도 연내 생산을 종료할 예정이다. LG디스플레이도 TV용 LCD 생산을 올해를 마지막으로 끝낼 것으로 예상된다. 양사는 각각 퀀텀닷(QD·양자점) 디스플레이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양산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이후 외부 활동 제한에 따른 가전제품 수요 증가와 2010년 이후 10년째를 맞은 TV 교체 주기와 최근 시기가 맞물린 것도 무시할 수 없다. 글로벌 전체에 언택트(비대면) 열풍이 불면서 북미와 유럽 등 주요 TV 시장 수요가 촉진하고 있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와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7월 글로벌 TV 출하량은 전년 동월 대비 15% 증가한 1660만여대 수준을 기록했다. 3월만 해도 -7%였던 출하량이 4월 -21%로 바닥을 찍은 뒤 5월(-1%), 6월(+7%) 점점 회복되고 있다. 이전보다 TV를 찾는 발길이 늘어나자 현지 유통 채널의 기존 재고가 빠르게 소진됐고 새 패널을 찾는 TV 업체의 발길이 느는 연쇄작용이 일어났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가별로 소비 진작 정책이 이어지고 있고 지원금이 소비자에게 향하고 있는 흐름이다. 비대면 업무와 수업 등 집에 머무는 시간이 대폭 늘어나면서 특히 프리미엄 TV 수요가 증가했다"라며 "업체별로 이미 중요한 제품들은 지난 1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0에서 모두 공개한 만큼 굳이 오프라인으로 보지 않더라도 온라인만으로 제품을 사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업체 입장에서 매우 힘든 시기였던 4월과 5월 당시 하반기에 반등을 노렸던 예상이 현재 큰 틀에서 그대로 실현하고 있다"라며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등 연말 대목을 앞두고 보통 전초전이 크게 치러지는데 올해에는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이전보다 빠른 시기에 프로모션이 진행돼 분위기를 달굴 가능성도 있다"라고 전망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