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대규모 적자국채를 발행하기로 하면서 그 여파가 카드사에 미치고 있다. 채권 수급 불균형으로 여신전문금융채(여전채) 수요가 감소하면 금리(조달비용)가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경기 침체를 완화하기 위해 적자국채를 발행하기로 하면서 채권 수급 불균형으로 채권 가격이 상승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여의도 국회 의안과 앞에 직원들이 3차 추경 제출 자료를 쌓아놓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9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전날 기준 여전채 3년물(무보증 AA+) 민평금리(채권평가회사가 시가평가한 금리의 평균)는 1.48%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달 여전채 금리가 1.3%대 수준에서 움직였던 것에 비하면 0.16~0.11%포인트 높다.
국고채 금리 변동도 비슷한 양상이다. 같은 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0.949%를 기록해 지난달 저점(0.799%) 대비 약 0.15%포인트 이상 올랐다.
이같이 저금리 기조 속에서도 여전채와 국고채가 동반 상승하는 데는 정부가 4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계획을 내놓은 영향이 크다. 지난 7일 정부는 코로나 확산에 따른 경기 침체 완화를 목표로 7조원 규모의 4차 추경을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재원 충당을 위해 전액 적자국채를 발행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채권 수급 불균형 우려가 예상됐다. 이에 시장에선 채권 발행량이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국고채를 비롯한 회사채 전반 금리가 일제히 상승하는 흐름을 보였다.
카드사 입장에선 여전채 금리 상승으로 인한 조달비용 증가가 우려된다. 카드사들은 수신기능이 없어 자금 조달의 70% 이상을 회사채 발행으로 충당한다. 이에 따라 여전채 금리가 상승하면 조달비용도 높아진다.
다만 한국은행은 급격한 채권 금리 변동을 완화하기 위해 올해 말까지 5조원 내외 규모의 국고채를 단순매입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럼에도 단순매입 규모가 4차 추경 국채 발행액보다 적은 데다 내년 적자국채 발행 규모가 본예산 기준 최대인 89조7000억원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금리 인상 흐름이 전환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단순매입 계획 규모는 4차 추경 적자국채 발행 7조원 중반보다 작다"며 "인위적인 금리 하락보다는 시장 불안 완화라는 점에서 추세 변화 모멘텀으로 작용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카드사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카드사들은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으로 인해 수익이 감소한 상황이다. 여기에 조달 비용 상승까지 겹치면 타격이 커진다. 특히 예산 투입에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조달비용이 더 오르는 악순환을 겪을 수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최근 금융 조달 시장은 카드사 자체적인 문제보다는 코로나 관련한 분위기가 많이 반영되고 있다"며 "시장이 전반적으로 안 좋아지면 여전채 금리가 올라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