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LG화학 주가가 물적분할설이 나돈 이후 연일 하락세를 보인다. 기관, 외국인이 매도를 주도하고 있다. 시장에선 물적분할설 관련 주가 상승을 이끌어온 배터리사업이 분리되면 화학사업만 남는 모회사에 지분투자할 메리트가 떨어진다는 분석이 있다. 전기차 배터리 테마를 견인해온 미국 테슬라 주가가 상승분을 반납한 여파와 함께 낙폭을 키우는 모양새다.
LG화학은 9일 전날보다 1.41% 내린 주당 69만9000원에 마감했다. 같은 화학주인 롯데케미칼은 3.99% 올랐다. 배터리주인 삼성SDI는 1.38% 감소했다. 테슬라 폭락에 따른 배터리주 약세 영향이 작용한 듯 보인다. 삼성SDI와 비교하면 LG화학이 좀 더 찬밥신세다. 기관, 외국인이 줄곧 매도 우위였는데 삼성SDI의 경우 지난 8일 이미 외국인이 매수 우위로 돌아섰다. LG화학의 경우 물적분할설이 테슬라와 더불어 눌림작용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물적분할을 하면 모회사의 소액주주는 분할 자회사에 대한 지분이 끊긴다. 자회사를 팔거나 합병하는 등 추후 개편 과정에도 대주주 외 개입하기가 힘들다. 더욱이 배터리 자회사를 분할한 뒤 상장한다면 모회사는 배터리 테마와 분리된다. 그동안 LG화학이 배터리 기대에 힘입어 성장주의 특징을 보였던 것을 고려하면 화학주로만 인식될 때 그 상승분을 반납할 수 있다. 전통 화학주인 롯데케미칼의 경우 주가가 수년간 우하향세다.
통상 소액주주는 물적분할에 부정적이다. 과거 삼성SDS가 물적분할을 추진할 당시 소액주주들이 극렬 반대한 사례도 있다. 소액주주는 분할 후에도 분할회사에 대한 지분을 유지하며 사업가치를 나눠가질 수 있는 인적분할을 선호한다. 상법상 단순 물적분할은 분할 반대 의사에 의한 주식매수청구권한도 행사할 수 없다.
이와 관련 LG화학은 분할 계획을 검토해왔지만 아직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LG화학의 화학사업 역시 나쁘지는 않다. 오히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도 시황은 호조를 보인다. LG화학이 생산하는 주력 제품 중 ABS는 원료인 SM 생산 기준 스프레드(마진)가 이달 초 톤당 900달러를 넘어섰다. LG화학은 SM을 직접 생산하고 있다. 해당 스프레드는 지난해 연말에도 300달러대에 불과했다. 올 들어 이례적인 상승세를 이어간다. 업계에서는 원격 교육 등 가정 내 머물며 가전제품 사용이 늘어난 데 따른 수요 덕분으로 보고 있다. 또한 LG화학이 생산하는 에틸렌이나 프로필렌 계열 중간 화학제품들 역시 이달 들어 일제히 강세다.
다만 단기적 시황이 강세여도 경쟁심화 및 사양화 리스크가 상존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시황은 전통적 제조업 성수기인 9월에 접어들었고 미국 허리케인 영향으로 공급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작용했다”라며 “장기적으로는 전세계적인 생산시설 신증설과 경쟁심화 리스크가 공존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LG그룹이 배터리사업을 분할했을 때 신사업을 떼어 낸 LG화학 존속회사에 대한 사업가치를 유지할 방법이 고민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