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개정 도서정가제의 존속 여부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출판·문화계는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내놓은 도서정가제 개선안을 '개악안'이라고 주장하며 반대 입장을 내놨다.
'도서정가제 사수를 위한 출판·문화계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11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도서정가제 개악안을 고집하는 문체부 규탄 성명서'를 발표했다. 공대위는 크게 도서정가제의 근간을 흔드는 밀실행정 중단, 도서정가제에 대한 기존 합의 존중 및 이행을 내걸었다. 공대위 성명에는 대한출판문화협회,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 책읽는사회문화재단, 한국대학출판협회, 한국도서관협회, 한국작가회의, 한국출판인회의 등 총 36단체가 참여했다.
이들은 "새로운 제도는 일정한 적응기간과 엄격한 적용 과정의 단계적 도입을 통해, 즉 예외 조항을 삭제해 나가면서 더욱 견고해진다"며 "도서정가제가 이미 출판·문화계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음은 문체부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 및 연구 용역 그리고 여러 산업지표를 통해 분명히 확인된 바 있고 문체부도 이를 인지하고 인정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또 "도서정가제가 비로소 뿌리 깊게 안착할 수 있는 중요한 이 시점에서, 근거 없고 즉흥적인 또 다른 예외 조항들을 도입하려는 문체부의 시도는 당장 중지되어야 한다. 여러 이해 당사자가 참여한 민관협의체의 오랜 논의와 고뇌의 과정 없이, 짧은 기간 내에 급조된 소위 문체부의 ‘개선안’은 도서정가제에 구멍을 내고, 나아가 완전히 붕괴시키려는 ‘개악안’임이 자명하다"고 강조했다.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책을 팔 때 할인율을 15퍼센트로 제한한 '개정 도서정가제'는 2014년 도입 후 3년 마다 유지 여부를 결정하기로 돼 있다. 오는 11월로 개정 시한이 다가오면서 도서정가제를 유지하자는 움직임에 정부는 공론화 과정을 거치겠다며 민관협의체를 운영키로 했다.
출판계에 따르면 이 민관협의체엔 문체부와 출판·문화단체, 소비자단체, 전자출판단체 등이 참여했고 16차례의 논의를 거쳐 합의안을 도출했다. 그러나 출판계는 문체부가 도출된 개선안을 체결하지 않고 민관협의체 운영을 중단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후 문체부는 전자출판계 등의 의견 수렴을 거친 뒤 새로운 개선안을 마련했다. 지난 3일 문체부가 공대위와의 비공식 면담에서 '도서전과 장기재고도서 할인율 적용 예외'와 '전자책 할인율 확대' 등을 추가 제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출판·문화계는 '개악안'으로 규정하며 반박하고 있다.
한편 개정 도서정가제의 존속 여부를 두고 논란은 여전히 가열중이다. 다수 출판계와 지역서점 등 문화계에서는 대형서점과 온라인서점 간 과열 할인 경쟁이 사라진 점, 이 틈을 파고 들어 전국에 동네 책방이 형성된 점 등을 개정 도서정가제 도입의 순기능이라 주장한다.
하지만 일부 출판계와 독자들을 중심으로 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일부 출판계는 할인 폭을 막아 재고 도서 처리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주장한다. 전자출판계의 경우 웹툰, 웹소설 등에 할인가가 적용되지 못해 기존 출판업계와 대립 중이다. 지난해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도서정가제 폐지를 요구하는 글이 올라와 20만명 이상이 찬성했다.
송성호 대한출판문화협회 상무이사가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한출판문회협회 대강당에서 열린 도서정가제 관련 긴급 현안 토론회에서 좌담회 취지 및 진행 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