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PF대출' 확대…"코로나 시국에 리스크 낮아"

입력 : 2020-09-24 오후 3:25:26
[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주요 저축은행이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대출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실물경기가 침체된 반면 부동산 자산 가치는 급등한 데 따른 전략이다. 
 
코로나19 여파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자 저축은행이 부동산 PF대출 취급을 늘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에서 영업 중인 한 저축은행 지점. 사진/뉴시스
 
24일 업계에 따르면 올 2분기 상위 저축은행의 부동산 PF대출 규모가 늘어났다. 부동산PF는 차주의 신용이나 담보가 아닌 프로젝트 자체의 수익성을 평가해 자금을 제공하는 대출로, 차주는 사업 수익으로 빌린 자금을 갚는다. 
 
SBI저축은행의 6월 말 기준 부동산 PF대출 신용공여액은 1346억원으로 집계됐다3월 말(1092억원) 대비 18.9% 증가했다. 부동산PF를 비롯해 건설업, 부동산업(부동산 임대업 제외) 등 부동산 관련 신용공여액도 6950억원을 기록해 지난 3(6166억원)보다 약 800억원 늘었다.
 
웰컴저축은행의 6월 말 부동산 PF대출 신용공여액은 3월 말(2242억원)보다 5.8% 상승한 2371억원으로 집계됐다. 건설업 등을 종합한 부동산 관련 신용공여액은 3972억원으로 전 분기(3637억원) 대비 9.2% 신장했다
 
한국투자저축은행도 2분기 말 부동산 PF대출 취급액이 4200억원으로, 전 분기(3953억원)보다 6.2% 늘었다.
 
이처럼 상위 저축은행이 부동산PF 취급을 늘린 데는 대출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최근 코로나 확산에 실물 경기가 악화되자 역으로 자산 가치가 상승해 개발 수요가 확대된 것이다. 저축은행도 부동산 개발 사업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대출을 더 내준 것으로 풀이된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활황이고 자산 가격이 상승하면 PF대출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부동산PF는 사업성 자체 의존도가 높은 만큼 시장 여건 변화에 취약하다. 실제 2010년 저축은행 부실 사태는 저축은행들이 PF자산을 급격히 늘린 상황에 시장 경기가 악화돼 발생했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건전성 강화 대책을 꺼냈다. 부동산 PF대출에 적용해온 대손충당금 적립률 하향 조정 요건을 삭제해 PF대출 확대 유인을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투자적격업체가 지급보증을 해주거나, 대출 자산이 아파트인 경우 충당금 적립률을 낮추지 못 하도록 법안을 개정한다.
 
다만 업계에선 이런 강화 방안이 도입되더라도 부동산 PF대출이 감소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코로나 확산 상황에선 기업대출에 속하는 부동산 PF대출보다 리테일 대출의 리스크가 더 높다는 판단에서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연체 리스크가 큰 리테일 대출보다 기업대출을 늘리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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