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현대자동차 1차 협력업체인 한온시스템이 40곳 이상의 하도급업체를 상대로 단가를 후려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하자, 불공정하도급거래행위를 은폐하기 위해 견적서·계약서·공문 등을 허위로 조작했다.
공정위는 세계 2위 자동차 공조시스템 분야의 부품업체 한온시스템의 불공정하도급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재발방지명령·지급명령) 및 과징금 115억원을 부과한다고 24일 밝혔다. 또 법인에 대해서는 검찰고발을 결정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2015년 6월부터 2017년 8월 동안 한온시스템은 회사 차원의 원가절감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당한 사유 없이 조직적으로 하도급업체들의 대금을 감액해왔다.
자동차 공조시스템 부품을 납품하는 45개 하도급업체가 부당하게 삭감당한 대금만 80억5000만원(106회)이다. 지연이자까지 합계한 대금은 133억원에 달했다.
지난 4월 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추혜선 의원이 현대자동차 1차 협력업체 갑질근절을 위한 한온시스템 불공정행위의 공정위 신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정위 측은 “이미 결정된 납품대금을 사후적인 협상을 통해 차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며 “한온시스템은 이러한 방식을 ‘LSP(Lump-sum Payback)’ 라는 명칭으로 부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지난 2015년 하반기의 경우 ‘도전목표’로 불리는 추가 절감목표를 세워 모든 협력사는 10%의 추가 절감을 요구받았다. 원가절감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감액 협상은 한온시스템의 거래상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한 강압적 방식이라는 게 공정위 측의 판단이다.
이 업체는 요구를 듣지 않을 경우 발주물량을 감축하거나 거래처 변경 위협을 주요 협상전략으로 사용했다는 것. 공정위 관계자는 “하도급업체들은 부당한 요구를 받으면서도 오히려 선처를 부탁하며 납품대금 감액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감액 협상을 마무리한 한온시스템은 법위반을 은폐할 목적으로 하도급업체와 ‘감액 합의서’를 작성했다. 합의서는 하도급업체가 자발적으로 감액을 요청한 것처럼 허위 기재했다.
뿐만 아니다.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 부당 감액 혐의가 드러나자, 한온시스템은 허위 견적서·계약서·공문 등을 조작해 제출했다. 허위행위에 대해서는 과태료 2000만원을 조치키로 했다.
장혜림 공정위 제조하도급개선과장은 “45개 하도급업체를 대상으로 106회에 걸쳐 진행된 방대한 대금 감액 행위”라며 “14건의 허위자료도 조작해 제출했다”고 말했다.
장혜림 과장은 이어 “견적서·계약서·회의록 등을 새롭게 만들어 내거나 원본에 없던 문구를 삽입하는 방식으로 허위자료를 작성했다”며 “디지털 포렌식 분석 등 다각적인 조사를 통해 허위자료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