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니콜라 사기설'이 확산하면서 여기에 투자한 한화그룹 계열사들이 줄줄이 타격을 입고 있다. 한화는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의 주도 아래 2년 전 니콜라에 1억 달러(한화 약 1200억원)를 투자한 바 있다.
24일 유가증권시장에 따르면 니콜라 사기 의혹이 제기된 지난 10일 이후 한화솔루션 주가는 내리막이다. 지난 7일 5만2300원을 찍으며 최근 3개월 기준 최고점을 찍었는데 현재 3만원 중·후반대까지 가격이 내려갔다. 그룹 지주사 격인 (주)한화 역시 지난 7일 3만4700원에서 현재 2만원 중반대로 하락하며 니콜라로 띄웠던 주가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보유한 니콜라 지분 가치도 하락세다. 이날 종가(21.15달러) 기준 한화가 보유한 니콜라 지분 가치는 4억6800억달러 수준이다. 투자금인 1억 달러보다는 아직 높지만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상장이 폐지될 가능성이 있어 주가는 계속 빠르게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니콜라는 '제2의 테슬라'로 불리며 국내외 금융투자업계에서 기대를 모았던 미국 수소트럭 스타트업이다. 하지만 실체가 없고 홍보했던 수소연료전지 기술도 허풍이라는 지적이 이어지며 사기 의혹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창업주인 트레버 밀턴은 최근 사퇴하기도 했다.
한화가 1억 달러를 투자한 니콜라가 사기 의혹을 받으며 주가가 연일 하락하고 있다. 사진/한화
계열사 타격 줄줄이
한화가 니콜라에 투자한 건 김 부사장의 의지가 컸다. 지난 6월 니콜라 나스닥 상장 후 주가가 폭등하자 한화는 가지고 있는 지분 6.13%의 가치가 7배 뛰었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당시 한화는 10여년 동안 태양광 사업을 담당하면서 신재생에너지 전문가가 된 김 부사장이 평소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던 미국 내 전문가를 통해 직접 정보 수집을 했다고 설명했다. 또 밀턴 창업주를 직접 만나 비전을 확인하며 투자에 나서게 됐다고도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김 부사장의 경영 능력을 보여준 성공적인 투자였다고 평가했지만 사기 의혹이 불거지며 분위기는 바뀌었다.
한화그룹은 비상장사인 한화에너지와 한화에너지가 최대 주주인 한화종합화학을 통해 니콜라에 투자했다. 이에 따라 이번 일로 두 회사의 가치가 하락해 상장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단 우려도 커진다.
한화는 현재 승계를 염두에 두고 지배 구조를 재편하고 있는데 업계에서는 김 부사장 3형제가 한화에너지 지분을 100% 가진 비상장사 에이치솔루션의 가치를 키워 승계 자금과 지분을 확보할 것이라고 예상해왔다. 상장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당초 기대보다는 두 회사의 가치가 낮아질 것으로 예상돼 니콜라 사태가 여러모로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화 관계자는 "김승연 회장이 복귀할 수도 있어 아직 승계에 대해선 논의하긴 이르다"고 밝혔다.
니콜라가 개발한 수소트럭. 사진/니콜라 홈페이지
커지는 의혹에 니콜라 미래 '캄캄'
이처럼 한화가 니콜라 때문에 곤욕을 치르는 가운데 니콜라는 의혹에 대한 제대로 된 반박을 하지 못하고 있다.
공개한 수소트럭 주행 영상은 언덕 꼭대기에서 트럭을 굴렸다는 조작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 니콜라는 '자체 추진 중', '동력전달장치 작동 중'이란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라는 다소 황당한 해명을 내놨다. 이에 따라 현재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법무부는 사기 의혹의 전말을 조사 중이다.
의혹이 커지면서 향후 사업에도 제동이 걸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니콜라가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과 추진했던 수소충전소 건설 작업이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완전한 무산은 아닌 연기로, 협상이 다시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에도 니콜라 주가는 이날 25.8% 폭락했다.
다만 또 다른 투자자인 제너럴모터스(GM)나 독일 로베르트 보슈 등은 여전히 지지를 보내고 있어 상황을 지켜볼 필요는 있다는 의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니콜라에 투자한 거대 기업들이 투자금 가치를 높이기 위해 실체 만들기를 도울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GM은 개발하는 새 배터리를 시험해보기 위해서라도 협업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