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사립학교 교직원이 구내식당이 아닌 외부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이동하다가 다쳤더라도 이를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24일 법원에 따르면 대구지법 민사11부(재판장 주경태)는 지난 10일 김모씨가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급여 수급권자 지위 확인 청구 소송에서 원고 전부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사고는 사회 통념상 원고의 업무에 수반되는 것으로 인정되는 생리적 행위 또는 합리적·필요적 행위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그것이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볼 수 있고, 피고가 이를 다투고 있는 이상 그 확인을 구할 이익도 있다"며 "따라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다"고 판시했다.
경북 상주시에 있는 한 사립중학교에서 시설관리 업무를 담당하던 김씨는 지난해 7월 점심시간 외부에 있는 식당으로 자전거를 타고 교문으로 나가던 중 넘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김씨는 무릎관절 인대에 피가 고이고, 십자인대가 파열됐다.
김씨는 같은 해 8월 사학연금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지만, 사학연금은 9월 "학교에서 제공되는 구내식당이 있는데도 점심 식사를 위해 임의로 학교 밖으로 이동하는 중에 발생한 사고로, 이는 학교장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볼 수 없는 사적인 행위로 인해 발생한 사고에 해당해 업무와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부결 결정했다. 김씨는 그해 11월 사학연금의 연금급여재심위원회에서도 심사 청구가 기각되자 대한법률구조공단을 통해 소송을 제기했다.
법률구조공단은 재판에서 김씨가 외부 식당을 이용해야 하는 불가피성을 강조해 업무 관련성을 주장했다. 간암을 앓고 있던 김씨는 사고 발생 2년 전부터 약물치료를 받아 왔고, 의사로부터 기름지고 짠 음식을 피하라는 식이요법을 권고받았다. 이에 따라 김씨는 매일 구내식당을 피해 학교 인근 외부 식당을 이용했고, 학교장도 이를 허락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외부 식당에서 식사하고자 자전거를 타고 중학교 교문을 나가다가 이 사건 사고를 당했고, 사고가 점심시간인 정오쯤 발생했는바 점심시간 중의 식사는 일반적으로 업무의 준비 행위 또는 사회 통념상 그에 수반되는 생리적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고가 2018년 7월부터 이 사건 중학교의 학교장에게 건강상의 이유로 외부 식당에서 식사할 것을 보고했고 이를 허락받은 점, 학교와 원고가 가고자 한 식당이 도로로 약 10분 소요되는 위치에 있어 점심 식사를 마치고 휴게시간 내에 복귀하는 것이 충분한 거리로 보이고 식사를 마친 후 학교로 복귀하는 것이 예정된 점, 학교에 구내식당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교직원의 점심 식사를 반드시 구내식당에서 하도록 제한할 수 없는 점 등에 비춰 보면 피고가 주장하는 사유만으로 이 사건 사고가 사업주의 지배·관리 영역을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소송을 대리한 법률구조공단 소속 이기호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산재보험법상 판례가 사학연금법상의 직무 관련성 판단에도 적용된 것"이라며 "사립학교 교직원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와 동등한 권리를 인정받은 사례"라고 밝혔다.
대구지법 민사11부(재판장 주경태)는 지난 10일 사립학교 교직원 김모씨가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급여 수급권자 지위 확인 청구 소송에서 원고 전부승소로 판결했다. 사진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사학연금 모습.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