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경기도 공공배달앱 출시가 10월에서 11월로 연기됐다. 애플리케이션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해서다. 공공배달앱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대선주자로서 공정경제 이슈를 선점하고자 추진한 사업이라는 점에서 이슈 띄우기에만 급급하다가 사업이 삐걱대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27일 경기도와 정보통신(IT) 업계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경기도는 공공배달앱 출시를 10월이 아닌 11월에 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앱 시범 출시를 위한 행정절차는 마무리됐으나 배달앱의 핵심 기능인 지역화폐와 주문 결제를 연동하는 작업을 비롯 영업망 관련 정보 입력, 앱 안정화 등에서 전체적인 개발이 지연돼서다.
경기도 공공배달앱은 지난 4월 이 지사가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등 민간 배달앱의 시장 독과점 문제, 높은 광고료·수수료 부담 등을 개선하고 공정경제를 구현하겠다며 개발을 지시한 배달용 애플리케이션이다. 경기도는 7월엔 경기도주식회사와 NHN페이코 등을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구성, 배달앱 구축을 본격화했다.
이 지사의 야심 찬 행보에 경기도와 관련 지방자치단체는 연일 앱 띄우기에 나섰다. 배달앱 시범사업 대상으로 선정된 오산·파주·화성시는 지역 내 소상공인 및 소비자단체, 맘카페 등과 협약을 맺고 가맹점과 회원 유치에 돌입했다. 경기도 역시 수시로 보도자료를 발표하면서 10월 중 배달앱을 출시한다고 홍보한 바 있다.
4월6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배달앱 독과점 및 불공정거래 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공공배달앱 출시 연기에 대해 NHN페이코 측은 "앱 개발이라는 게 워낙 유동적인 일"이라며 "플랫폼만 만든다고 되는 게 아니라 가맹점과 이용회원 모집에 관한 정보 처리, 앱 안정화 등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배달앱 컨소시엄을 구성할 당시 큰 틀에서 일정계획을 발표했지만, 우리는 플랫폼을 개발하는 입장이고 배달앱의 출시 시기를 정하는 건 사업을 총괄하는 경기도의 권한"이라고 덧붙였다.
경기도 관계자는 "앱 출시가 지연된 건 맞다"라면서 "'10월 중에 배달앱을 출시한다'는 건 하나의 목표로 제시한 것이었고, 늦어도 11월 초엔 오픈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경기도가 직접 앱을 만드는 게 아니다 보니 변수가 생길 수 있다고 본다"라며 "서둘러 배달앱을 출시하려면 내달 중에도 할 수 있지만, 앱에 관한 소비자 만족도와 작동 완성도를 높이고 나쁜 평가를 듣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업계에선 이 지사가 단시간 내 배달앱을 개발해야 하고, 작동에 오류가 없어야 한다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사업에 차질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공정경제 이슈로 온라인 플랫폼을 겨냥했으나,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일을 강행했다는 평가다. 실제 경기도가 모델로 삼은 전북 군산시의 '배달의명수'는 지난해 5월 계획을 수립, 올해 3월에야 앱을 내놨다. 군산에선 10여개월 걸린 일을 경기도는 7개월 만에 속전속결로 하는 셈이다.
1월2일 라이더유니온이 서울시 역삼동 배달의민족 남부스테이션 앞에서 배달 노동자들의 근무조건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군산시와 IT 업계 관계자는 "배달의명수는 10개월의 준비 기간 중 앱 개발만 7개월이 소요됐는데, 그마저도 처음 앱을 운영할 때는 수시로 오류가 생겨서 수습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전했다. 이어 "다수 소비자가 동시에 접속해 다양한 가맹점의 메뉴를 기호에 맞게 선택한 후 갖가지 방법으로 결제하는 과정에서는 '경우의 수'가 매우 많아진다"며 "이를 오류가 없이 깔끔하게 처리하도록 앱을 개발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IT 업계에선 앱 출시가 지연되는 건 전체 사업 추진 일정에도 여파를 끼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배달앱 개발이 지연되는 건 단순히 출시 시점이 늦어진다는 문제로 끝나는 게 아니다"라며 "배달앱 초기 흥행은 물론 홍보와 마케팅, 영업망 유지 등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애초 경기도는 공공배달앱을 출시한 후 3개월이 사업 성패를 결정할 기간으로 보고, 연말까지 오산·파주·화성 등 시범사업 지역에서 2030세대를 중심으로 이용회원 5만명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정한 바 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