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문 대통령·남녘 동포들에게 대단히 미안"(종합)

청와대, 25일 오전 북측 통일전선부 명의 통지문 접수

입력 : 2020-09-25 오후 3:14:20
[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5일 북방한계선(NLL) 이북 해상에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이 피살된 사건과 관련해 "가뜩이나 악성 비루스(코로나19)로 병마에 신음하고 있는 남녘 동포들에게 도움은커녕 우리 측 수역에서 뜻밖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여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큰 실망을 더해준 데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김 위원장이 이날 오전 이 같은 내용의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 명의 통지문을 청와대 앞으로 보내 왔다고 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5일 오전 청와대 앞으로 통일전선부 명의 통지문을 보내 해수부 소속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사과와 유감을 표했다. 사진은 지난 6일 조선중앙TV 보도 갈무리. 사진/뉴시스
 
 
청와대, 오전 통일전선부 명의 통지문 접수
 
북측은 통지문에서 "현재까지 우리 지도부에 보고된 사건 전말에 대한 조사 결과는 이상과 같다"면서 사건 경위를 자세히 설명했다.
 
북측은 우선 "귀측이 보도한 바와 같이 지난 22일 저녁 황해남도 강령군 금동리 연안 수역에서 정체불명의 인원 한 명이 우리 측 영해 깊이 불법 침입하였다가 우리 군인들에 의하여 사살(추정)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확인했다. 
 
북측은 "사건 경위를 조사한 바에 의하면 경비 담당 군 부대가 어로 작업 중에 있던 수산사업소 부업선으로부터 정체불명의 남자 한 명을 발견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며 "강령반도 앞 우리 측 연안에 부유물을 타고 불법 침입한 자에게 80미터까지 접근하여 신분 확인을 요구하였으나 처음에는 한 두번, 대한민국 아무개라고 얼버무리고는 계속 답변하지 않았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측(북측) 군인들이 단속 명령에 계속 함구하고 불응하기에 더 접근하면서 두 발의 공포탄을 쏘자 놀라 엎드리면서 도주할 듯한 상황이 조성되었다고 한다"면서 "일부 군인 진술에 의하면 엎드리면서 무엇인가 몸에 뒤집어쓰려는 듯한 행동을 한 것을 보았다고도 한다"고 부연했다.
 
북 "십여발 사격 후 혈흔만 확인…시신 아닌 부유물 소각" 
 
또 "우리(북측) 군인들은 정장의 결심 밑에 해상경계 근무 규정이 승인한 행동준칙에 따라 십여발의 총탄으로 불법 침입자를 향해 사격하였으며 이때의 거리는 40~50미터였다"면서 "사격 후 아무런 움직임도 소리도 없어 10여 미터까지 접근하여 확인 수색하였으나 정체 불명의 침입자는 부유물 위에 없었으며 많은 양의 혈흔이 확인됐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북측) 군인들은 불법침입자가 사살된 것으로 판단하였으며 타고 있던 부유물은 국가비상 방역에 따라 해상에서 소각하였다고 한다"고 전했다.
 
북, '만행·응분의 대가' 대결적 색채 유감
 
한국이 '만행'·'응분의 대가' 등의 강경한 언급을 한 데 대한 유감도 표했다. 북측은 "귀측 군부가 무슨 증거를 바탕으로 우리에게 불법 침입자 단속과 단속 과정 해명에 대한 요구도 없이 일방적 억측으로 '만행', '응분의 대가' 같은 불경스럽고 대결적 색채가 깊은 표현들을 골라 쓰는지 커다란 유감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 지도부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발생했다고 평하면서 이 같은 불상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상경계 감시와 근무를 강화하며 단속 과정에 사소한 실수나 큰 오해를 부를 수 있는 일이 없도록 앞으로는 해상에서의 단속 취급 전 과정을 수록하는 체계를 세우라고 지시하였다"고 했다.
 
북한에서 피격된 해양수산부 어업지도 공무원이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가 25일 오전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인근 해상에 정박되어 있다. 사진/뉴시스
 
"미안한 마음…남북 관계 허물지 않게 더욱 긴장"
 
또한 "남북 관계에 분명 재미없는 작용을 할 일이 우리 측 수역에서 발생한 데 대하여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면서 "우리(북측) 지도부는 이와 같은 유감스러운 사건으로 인하여 최근에 적게나마 쌓아온 북남 사이의 신뢰와 존중의 관계가 허물어지지 않게 더욱 긴장하고 각성하며 필요한 안전 대책을 강구할 데 대하여 거듭 강조하였다"고 전했다. 
 
아울러 북측은 통지문에서 "국무위원장 김정은 동지는 가뜩이나 악성비루스 병마의 위협으로 신음하고 있는 남녘 동포들에게 도움은커녕 우리 측 수역에서 뜻밖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여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 준 데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뜻을 전하라고 하시었다"며 "벌어진 사건에 대한 귀측의 정확한 리해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서훈 "최근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에 친서 주고 받았다"
 
한편 서훈 국가안보실장은 이와 관련해 "우리가 북에 공식 요청한 사안에 대해 북측이 신속하게 답변을 보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이 통지문에서 '최근 적게나마 쌓아온 남북사이 신뢰와 존중의 관계'를 언급한 건에 대해서는 "최근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에 친서를 주고 받은 사실이 있다"면서 "친서에서는 코로나 사태로 인한 어려움과 현재 처한 난관들이 극복되면서 남북관계 복원에 대한 기대의 내용들이 담겨 있었다"고 전했다.
 
서 실장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는 남북관계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고 국민 기대에 부응하는 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를 만들어가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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