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로 금융투자업계를 상대로 한 소송이 늘어나면서 증권사가 물어내야 할 소송가액이 2조원을 훌쩍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소송금액은 올해 2분기 전체 증권사 당기순이익도 뛰어넘었다.
라임펀드와 옵티머스·팝펀딩 등 사모펀드가 잇달아 환매 중단된 가운데 개별 증권사별로 해외부동산 투자 등 손해배상 관련 소송도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가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를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과 집단소송법 제정안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증권사 법률 비용 부담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소송가액이 가장 큰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다.
올해 상반기 기준 미래에셋대우의 소송가액은 1조8580억원으로 작년(377억원)에 견줘 50배나 급증했다. 여기에는 중국 다자보험(옛 안방보험)의 종속회사인 AB STABLE VIII LLC가 약 7조원 규모의 미국 호텔 매매계약을 이행하라며 제기한 소송 영향이 컸다. 이와 함께 미래에셋대우는 일임매매 관련 손해배상 관련 소송도 진행 중이다.
미래에셋대우의 뒤는 NH투자증권이 따랐다. NH투자증권의 피소건수는 32건으로 소송가액은 2400억원에 달한다. 현재 NH투자증권은 펀드 불완전 판매와 관련한 손해배상 청구(570억3800만원)를 비롯해 신재생에너지관련 유동화증권 매매대금 반환청구(808억), 대우조선해양 증권신고서 부실기재 등에 대한 손해배상(196억) 등에 피소된 상태다.
아울러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펀드 투자자들도 NH투자증권 등 판매사에 대해 소송을 준비하고 있어 소송가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KB증권의 경우 호주 임대사업 관련 사모펀드인 'JB 호주 NDIS 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 부당권유 등으로 피소돼 소송을 진행하고 있으며 전체 피소건수는 16건, 소송가액은 1210억원으로 나왔다. 'JB호주NDIS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 1호' 관련 1심 변론기일은 내달 23일 이뤄질 예정이다.
이밖에 팝펀딩, 옵티머스펀드 등을 판매한 한국투자증권은 총 39건의 소송에 피소돼 있었으며 소송가액은 828억원으로 조사됐다. 이어 라임펀드 판매액(3248억원)이 가장 많은 신한금융투자의 경우 올해 상반기 12건의 소송에 피고로 연루돼 있으며 소송가액은 102억원으로 집계됐다.
한편 증권사를 상대로 한 법적 소송은 향후 더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금융투자업계를 강타한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가 미해결 상태로 남아있는데다 법무부가 28일 집단소송법 제정 정책을 입법예고하면서 소송 문턱이 낮아져서다. 특히 펀드 부실 판매 등 증권사가 고의 또는 중과실로 손해를 가한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를 배상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되면서 증권사의 법률 부담도 커졌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통상 개별증권사마다 소송 패소에 대비해 미래 손실 예상액을 충당하는 소송충당부채를 마련한다"면서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고 집단소송이 늘어날 경우 부담은 더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금융정의연대 관계자는 "정부의 이번 조치는 금융소비자와 일반 소비자를 법적 테두리 안에서 보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강도 높은 징벌이 뒤따라야 금융사의 금융사고·사기 등 불법행위를 막거나 예방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표/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