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마약을 판매한 혐의로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이 공소장을 받지 못해 1심에서부터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면 재심 사유에 해당하므로 다시 재판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된 서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2년에 추징금 295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에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제1심은 피고인이 책임을 질 수 없는 사유로 불출석한 상태에서 소송촉진법 제23조를 적용해 재판을 진행해 피고인에 대한 유죄판결을 선고했고, 원심도 피고인이 책임을 질 수 없는 사유로 불출석한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해 항소기각 판결을 선고했으므로 원심판결에는 소송촉진법 제23조의2 제1항에서 정한 재심 청구의 사유가 있고, 이는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3호에서 정한 상고이유에 해당한다"며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고 판시했다.
서씨는 지난 2016년 2월과 3월 총 3차례에 걸쳐 서울 강남구 일대에서 이모씨에게 필포폰 총 3g을 295만원에 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서씨에 대한 공소장 부본, 소환장 등이 송달되지 않자 소송촉진법 제23조를 적용해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공소장 부본 등을 송달하고, 서씨가 불출석한 상태에서 심리를 진행해 징역 2년에 추징금 295만원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피고인에게 다수의 동종 전과가 있는 점, 도주해 소재 불명 상태에 빠진 점, 매매한 향정신성의약품의 양과 가액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사유를 설명했다.
소송촉진법 제23조는 '제1심 공판 절차에서 피고인에 대한 송달불능보고서가 접수된 때부터 6개월이 지나도록 피고인의 소재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에는 대법원 규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피고인의 진술 없이 재판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사는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고, 2심도 같은 절차대로 심리를 진행해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원심은 그 양형의 이유에서 설시한 바와 같이 피고인의 여러 정상을 고려해 형을 정했는데, 당심에서 새로운 양형 자료가 제출되지 않아 그 양형 조건에 변화가 없다"며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가족관계, 범행의 경위와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 조건을 종합해 보면 원심의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고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서씨는 공소장 부본 등을 송달받지 못해 공소가 제기된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가 2심에서 징역 2년 등이 선고된 사실을 알게 되자 상고권 회복을 청구했고, 법원은 "피고인이 책임을 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해 상고 기간 내에 상고하지 못했다"고 인정해 상고권 회복 결정을 했다.
소송촉진법 제23조의2 제1항은 '제23조 본문에 따라 유죄판결을 받고, 그 판결이 확정된 자가 책임을 질 수 없는 사유로 공판 절차에 출석할 수 없었던 경우 형사소송법 제424조에 규정된 자는 그 판결이 있었던 사실을 안 날부터 14일 이내(재심청구인이 책임을 질 수 없는 사유로 위 기간에 재심 청구를 하지 못한 경우에는 그 사유가 없어진 날부터 14일 이내)에 제1심법원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된 서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2년에 추징금 295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에 돌려보냈다. 사진은 대법원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