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애플이 독점한 앱마켓…국내 사업자 '생사기로'

구글 정책 변경에 울상…"구글 서비스, 사업서 유리한 위치" 비판
앱마켓 매출, 구글·애플 88% 차지…원스토어 등 경쟁 플랫폼 육성론 부각도

입력 : 2020-10-05 오후 4:36:46
[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구글, 애플 등 해외 사업자가 독점한 국내 앱장터(마켓) 시장의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다. 애플에 이어 구글까지 인앱결제 정책을 강제하자 국내 인터넷·콘텐츠 사업자들은 해외 앱마켓 사업자에 대한 국내 사업자들의 종속이 심화될 것을 우려하는 중이다. 앱마켓 사업자의 정책 변경이 국내 산업 생태계에 끼치는 영향이 확인된 가운데 업계 일각에선 경쟁 플랫폼 육성의 필요성 또한 부각되고 있다.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은 5일 모바일 콘텐츠 플랫폼 기업이 콘텐츠 개발회사에게 자사 플랫폼에만 앱 등록을 강요하는 행위를 방지하는 '전기통신사업 일부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앱마켓 사업자가 모바일 콘텐츠 사업자에 다른 앱마켓에 모바일 콘텐츠 등을 등록·판매하지 아니하도록 요구·제안하는 행위를 금지 행위에 추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허 의원은 "공정 경쟁 환경의 조성을 위해 독점적 지위의 극소수 기업에 대한 최소한의 제한은 필요하다"며 "국내 기업이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하기 바라며 특히 청년 스타트업, 중소기업의 앱마켓 선택권의 권리를 보호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개정안의 등장은 최근 국회와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를 중심으로 앱마켓 독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과 관련이 있다. 한국모바일산업협회 '2019 모바일 콘텐츠 산업 현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9조5000억원 규모의 국내 앱마켓 시장(커머스 매출 제외)에서 구글플레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63.4%로 독보적인 1위를 기록했다. 애플 앱스토어가 24.4% 비중으로 그 뒤를 따르며 국내 앱마켓 시장은 사실상 해외 사업자가 양분하고 있다.
 
 
이 가운데 글로벌 앱마켓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바꾸며 독과점의 폐해가 구체화됐다. 구글은 내년부터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이뤄지는 음원, 웹툰 등 디지털콘텐츠 관련 앱의 유료결제에 대해 자사 결제시스템을 적용해 결제 수수료 30%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함께 한국 디지털 콘텐츠 생태계 발전을 위해 향후 1년 동안 1억달러(약 1150억원)를 투자하는 '크-리에이트(K-reate)' 프로그램을 '당근책'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업계는 음악, 도서, 웹툰 등 디지털 콘텐츠 서비스가 3자 저작물 유통을 통한 수익을 주요 수입원으로 하는 상황에서 구글 수수료 30%가 강제될 경우 수익을 모두 결제수수료로 지급하게 된다며 반발 중이다. 특히 구글이 운영 중인 자체 서비스는 새로운 수수료 정책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을 들어 불공정한 경쟁 환경이 조성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네이버, 카카오 등이 속한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입장문을 통해 "사업자들은 구글의 인앱 결제 강제정책 때문에 사업 운영을 포기하거나 수수료에 상응하는 금액을 이용자 서비스 이용 요금에 전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구글의 유튜브 프리미엄 등 경쟁 서비스는 수수료에서 자유로워 경쟁사업자와의 가격 경쟁력 우위를 점해 이용자 확보에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 비판했다. 인기협과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 인터넷·스타트업들은 지난달 구글의 강제 정책 변경의 위법 여부를 판단해달라며 방송통신위원회에 신고하기도 했다.
 
토종 앱마켓인 원스토어는 올 상반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사진/원스토어
 
이 가운데 국내 토종 플랫폼으로 성장 중인 원스토어가 이번 구글의 정책 변경으로 반사이익을 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와 네이버가 지난 2016년 통합·출범한 원스토어는 그동안 구글, 애플 등에 밀려 한자릿수 점유율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대형 게임 유치 전략과 구글 정책 변경 등으로 지난 8월 국내 점유율 18.4%를 기록하는 등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SKT는 국내 주요 ICT 기업으로 대연합을 꾸려 외산 플랫폼에 대항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유영상 SKT MNO 대표는 지난달 말 국회 포럼에서 국내 서비스의 해외 플랫폼 의존을 지적하며 "제작·유통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다수 사업자가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며 "대부분의 ICT 기업이 K-앱마켓에 그랜드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하면 좋을 것"이라 밝혔다.
 
국내 앱마켓 활성화와 해외 앱마켓의 '갑질'에 대해서는 이번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낸시 메이블 워커 구글코리아 대표가 코로나19를 이유로 불참 의사를 전했지만 여야 의원 모두 해결방안 모색을 다짐한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발의한 전통법 개정안은 일정 규모 이상의 모바일 콘텐츠 사업자가 특정 앱마켓에 제공될 경우 다른 앱마켓에도 공정하고 합리적 조건으로 차별 없이 제공하는 내용을 담았다. 해외 앱마켓이 일부 대형 사업자의 '킬러 콘텐츠'를 독점하는 거래행태를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한 의원은 "국내 IT·벤처·스타트업 시장이 콘텐츠 동등접근권을 보장받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같은 논란에 대해 구글 측은 "구글플레이는 플레이스토어에만 앱을 출시하기로 결정한 개발자에게 어떠한 혜택도 제공하지 않는다"며 "마찬가지로 구글플레이상의 모든 앱은 타사 앱 마켓 출시 여부와 관계없이 사용자에게 노출되고 추천되는 기회가 제공된다"고 밝혔다. 이어 "어느 앱스토어에 출시할지는 '개발자의 선택'"이라며 "모든 개발자는 구글플레이스토어를 통해 앱을 배포할 수 있는 계정등록을 할 수 있다. 구글플레이 개발자 배포 계약과 개발자 프로그램 정책을 준수하는 한 모든 앱은 구글플레이에 출시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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