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이배월)한일시멘트, 찜찜하지만 배당주로 관심 'OK'

분할·합병 거치며 대주주 지분 불려…특사경, 시세조종 혐의 조사

입력 : 2020-10-07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한일시멘트(300720)는 여러모로 배당 투자를 하기에 찜찜한 구석이 있는 종목이다. 시멘트 업황이 그닥 좋지 않은데다 지난 7월에는 압수수색까지 받았다.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번 3분기부터는 합병을 마무리한 적자기업의 실적도 반영될 예정이어서 예전 수준의 배당을 유지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그런데도 배당 투자 후보로 올려놓기에는 괜찮은 조건을 갖춘 종목이기도 하다. 
 
한일시멘트는 쌍용양회(003410)와 국내 시멘트 업계 순위 1, 2위를 다투는 기업이다. 상반기 실적도 나쁘지 않았고 지난해까지 배당도 잘해서 매년 이맘때쯤 관심을 받을 만한 종목이다. 그런데 올해는 유독 언급이 없는 것은 아무래도 검찰 조사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일시멘트는 지난 8월1일자로 에이치엘케이홀딩스와 1대 0.5 비율로 합병했다. 에이치엘케이홀딩스 주주들에게 한일시멘트 주식 278만주를 발행해 나눠주는 방식의 합병이다. 에이치엘케이홀딩스가 한일현대시멘트의 지분 84.24%%를 보유 중이었기 때문에 이번 합병으로 한일시멘트는 한일현대시멘트의 대주주가 됐다. 
 
문제는 합병 과정. 7월15일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한일시멘트를 압수수색했다. 특사경은 과거 한일시멘트를 한일홀딩스(003300)와 한일시멘트로 분할하는 과정에서 대주주에게 유리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 시세를 조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이번 합병 과정에서도 한일시멘트의 대주주인 한일홀딩스의 지분율을 높이기 위해 한일시멘트 가치는 낮게, 에이치엘케이홀딩스는 높게 평가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합병 전 한일홀딩스가 보유했던 34.67%의 한일시멘트 지분은 합병 후 60.90%로 껑충 뛰었다. 현재 한일홀딩스의 최대주주는 30% 지분을 갖고 있는 허기호 회장이다. 2대주주는 허 회장의 아버지 허정섭 명예회장(15.70%)이다. 언젠가 허 명예회장의 지분도 허 회장에게 넘어가야겠지만, 일단 이번 합병으로 한일시멘트 계열사에 대한 지배권을 굳힌 셈이다. 
 
서울 남부지검의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 것인지가 중요한 변수로 남았는데, 어떤 결론이든 소액주주들에겐 나쁠 게 없어 보인다. 개인의 문제라서 회사에 해를 끼칠 가능성은 낮다. 오히려 경영진에 대한 압박은 소액주주들에게 이롭게 작용할 수 있다.  
 
한일시멘트는 기업을 분할하고 합병하는 과정을 의심받아 당국이 수사 중이지만 배당투자로 접근하는 데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사진은 한일시멘트 단양공장의 전경. <사진/한일시멘트>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 부분은 이보다 합병으로 인한 재무구조 변화다. 아쉽지만 순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일시멘트는 상반기 선방했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상반기 전체 시멘트 업계 출하량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7% 감소했다. 한일시멘트 매출도 15% 줄었다. 하반기에도 출하량은 정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시멘트 연료인 유연탄 가격이 올 초보다 28%나 하락하면서 이익은 증가했다. 유연탄 가격은 시멘트 생산원가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3분기 실적부터 포함될 옛 에이치엘케이홀딩스가 적자행진 중이다. 2019년엔 24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합병법인의 이익을 까먹을 테니 순이익은 감소할 것이다. 이는 곧 배당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다만 한일시멘트 주가를 누르며 합병을 진행한 덕분에 현재 주가는 매력적인 수준이다. 지난해 배당금 4700원보다 소폭 줄여 4000원만 배당해도 현재 주가 대비 5%에 가까운 시가배당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 배당 여력은 충분하다. 합병 과정에서 일어난 잡음을 감안하면 주주들을 달래야 할 필요도 있다. 경영진의 의지가 관건이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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