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정당의 부동산 구입, 어떻게 봐야 하나

입력 : 2020-10-12 오전 7:00:00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변호사
최근 국민의힘이 서울 여의도 남중빌딩에 400억원대의 당사를 마련했다고 한다. 국민의힘은 현재 갖고 있는 시·도당 당사를 담보로 해서 대출을 받아 자금을 마련했다고 한다. 국민의힘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2019년 회계자료를 보면, 그동안 입주한 영등포 당사엔 월 2000만원 정도의 임대료를 낸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이번에 400억원을 빌렸으니 이자만 해도 억대가 넘을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의문이 제기된다. 국민의힘은 앞으로 어떻게 돈을 마련해서 대출 원리금을 갚을 생각일까.

그 방법에 대해선 회계상으로는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첫째는 정당이 받는 국고보조금으로 갚는 것이다. 둘째는 형식적으로는 당비 수입 등 보조금 외 수입에서 지출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첫째 방법을 사용하면 국민의 비판을 피할 수 없으니, 둘째 방법을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둘째 방법을 쓰는 건 '눈 가리고 아웅'하는 꼴이다. 어차피 국민의힘을 비롯한 대한민국의 거대 정당들은 당비로만 운영이 가능한 구조가 아니다. 국민 세금으로 받는 국고보조금이 없으면 운영이 안 되는 실정이다. 그런데 만약 보조금 외 수입으로 대출 원리금을 갚는 형식을 택한다면, 그만큼 다른 경비(인건비, 사무실 운영비, 조직활동비 등)를 보조금에 더 의존할 수밖에 없다. 아랫돌 빼서 윗돌 고이는 방식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국민 부담으로 대출 원리금을 상환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만 그런 것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도 2017년 당사를 마련하면서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아서 대출 원리금을 갚고 있다. 민주당은 보조금 외 수입에서 매월 1억1000만원 이상을 갚아나가고 있다. 그러고도 지난 4월 말 기준으로 111억원의 차입금이 남아 있다. 앞으로도 형식적으로는 보조금 외 수입에서 대출 원리금을 상환하겠지만, 결국 그만큼 다른 경비를 보조금에서 더 지출하는 것으로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정당의 당사를 당원들이 낸 당비로 마련한 것이라면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 정당은 자발적 결사체이므로 결사체의 구성원들이 낸 돈으로 자산을 마련하는 건 문제가 아니어서다. 그러나 지금처럼 세금에 의존해서 운영되는 정당이 대출을 받아 당사를 마련하는 건 다른 문제다. 게다가 한국의 정당은 정당다운 역할도 못 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거액의 대출에 대한 원리금까지 국민에게 직·간접적으로 부담시키는 건 곱게 볼 수 없다. 정책 개발에 돈을 제대로 써도 모자랄 판에 부동산 사는 데 국고보조금을 쓴다는 게 말이 되는가.

아울러 국민의힘의 경우엔 현재 보유하고 있는 9개 시·도당 당사 등의 재산도 그 형성과정에 의문이 있는 상황이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2016년 12월 "새누리당 재산은 과거 전두환 독재정권 시절 재벌들을 등쳐서 형성한 재산"이라며 "이 점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국가에 헌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발언한 바 있다. 실제로 추적을 해보면 새누리당의 재산은 박정희 정권시절에 형성된 옛 공화당 자산을 1980년에 민주정의당이 물려받았고, 이후 전두환 정권시절엔 기업들로부터 받은 돈으로 자산을 불린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김 전 대표의 말대로 국민의힘 시·도당 당사는 국가에 헌납해야 함이 마땅하다. 그런데 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무려 400억원대의 중앙당사를 마련한다는 건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부정하게 형성된 재산을 토대로 다시 부동산을 취득한 것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면 허술한 정치자금 제도도 문제다. 정당이 국고보조금을 받으면 사실상 용도에 제한이 없이 사용할 수 있다. 보조금도 경상보조금과 선거보조금으로 나뉘지만, 사실상 의미가 없다. 그래서 어느 달의 인건비는 경상보조금에서 지출하고, 다른 달의 인건비는 선거보조금에서 지출하는 식이다.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보조금이 사용되는데, 제대로 된 감시와 검증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선관위도 법 규정의 미비만 탓하면서 손을 놓고 있다.

자기 힘으로 운영도 못 하는 거대 정당이 대출금으로 부동산을 매입하는 일까지 벌어지게 됐다. 따라서 정치자금 제도의 전면개혁이 필요하다. 국고보조금을 포함한 정치자금은 말 그대로 '공적인 자금'이다. 당비나 후원금도 세제 혜택을 받은 돈이므로 공적 자금이다. 이런 공적 자금이 투명하게 사용되고 허투루 쓰이지 못하게 하는 건 정치개혁의 첫걸음이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변호사(haha96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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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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