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A씨는 지난해 퇴행성관절염 말기 진단을 받고 인공관절 수술을 권유 받았다. 하지만 그동안 주변에서 수술과 후유증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온 탓에 1년 넘게 주사치료를 받으며 통증을 참아왔다. 하지만 최근 통증 감소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는 로봇 수술을 통해 수술을 결심했다.
A씨처럼 수술 후 통증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공관절 수술을 미루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인공관절 수술이 꼭 필요한 말기 퇴행성관절염 환자가 주사치료, 물리치료 등으로 치료하다가 수술시기를 놓치면 수술결과도 안 좋을 뿐만 아니라 관절기능도 정상으로 회복하기 어렵다. 걸을 때 아픈 것은 물론 가만히 있어도 무릎이 쑤시고 아프면서 계단을 오르내릴 때 통증이 심하거나 밤에 잠을 설칠 정도로 아프다면 퇴행성 관절염 말기일 가능성이 높아 이때는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왕배건 부평힘찬병원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수술에 대한 막연한 부담으로 무작정 치료를 미루고 통증을 참아내기보다 수술이 필요할 때는 적기에 치료를 받아야 한다"라며 “수술 후 통증을 줄여 회복기간을 앞당겨주기 위해 인공관절 재료, 수술기법, 수술장비 등이 발전하면서 인공관절 수술은 날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로봇시스템이 접목되면서 수술 후 통증을 낮추는 등 수술예후가 더욱 좋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피부에 상처가 조금만 나도 쓰리고 아프다. 따라서 수술 후 통증을 줄이기 위해서는 수술 시 조직에 상처가 최대한 덜 나도록 해야 한다. 인공관절 수술 시에는 뼈를 필요한 만큼 최소한으로 깎고, 정상적인 주변 조직을 가능한 건드리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다시 말해 환자의 정상적인 관절 뼈와 관절 주변 조직을 최대한 ‘보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인공관절 수술은 뼈를 깎아내는 수술이지만 뼈를 깎는 것을 최대한 절제해야 하는 수술이기도 하다. 절삭이 필요한 부분만 세밀하게 최소한으로 깎아내고 환자의 뼈를 최대한 지켜내는 것이 좋다. 최소 절삭을 위해서는 인공관절이 삽입되고, 관절이 구부러질 수 있는 최소 범위와 위치를 정확하게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코 로봇시스템은 CT 촬영한 환자의 무릎을 3D 입체 시뮬레이션으로 변환 및 분석해 절삭 범위에 따른 수술 결과를 미리 예측해 보여준다. 인공관절의 삽입 위치와 교정각도를 수치로 보여주기 때문에 최적의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정확한 절삭 범위를 확인할 수 있다.
뼈를 너무 적게 깎아내 관절 간격이 좁으면 재활치료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으며, 반대로 너무 많이 깎아내면 인공관절 사이 간격이 너무 멀어져 관절의 불안정성이 커지게 된다. 로봇의 도움을 받으면 관절 뼈를 어떤 두께로 얼마나 깎아낼 것인지에 대한 정확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할 수 있기 때문에 불필요한 뼈 손상을 줄여 수술 후 통증을 줄일 수 있다.
마코 로봇은 뼈의 정확한 절삭뿐만 아니라 근육이나 인대 등 무릎 주변의 연부조직 손상도 막을 수 있다. 로봇 팔에 적용된 햅틱 기술이 뼈 절삭 부위와 깊이를 제한하면서 주변 조직을 보호하기 때문이다. 햅틱 기술은 수술 범위에 형성되는 가상의 가이드라인이다. 실제 환부에는 나타나지 않지만 의사가 로봇 팔을 잡고 수술을 하면서 확인하는 모니터에 뼈 절삭 부위와 함께 주변에 가이드라인이 표시된다. 로봇 팔의 절삭 도구는 가이드라인 안쪽인 햅틱존에서만 작동되며, 범위를 벗어나면 작동이 멈춰 수술 밖 범위의 손상을 막아준다.
최문기 부평힘찬병원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로봇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뼈를 깎을 범위를 계산해서 미리 정해주고, 수술 중에 햅틱장치를 통해 햅틱존 내에만 절삭이 가능하고, 이를 벗어나면 작동이 멈추도록 돼있다"라며 "수술이 잘 끝났어도 연부조직이 미세하게 손상이 되면 환자가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을 느낄 수 있는데 로봇 수술로 이러한 통증을 줄일 수 있도록 도와준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로봇은 최소한의 뼈 절삭과 정확한 인공관절의 삽입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주변 연부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하기 때문에 수술 후 통증을 줄여 환자의 만족도를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제 골관절연구 학술지에 2017년 발표된 '로봇 인공관절 수술과 일반 수술 비교' 논문에 따르면 일반 인공관절과 로봇 인공관절 수술 환자 총 139명의 수술 후 통증지수를 비교한 결과, 수술 후 첫날부터 8주(56일째)까지 로봇 수술 환자 그룹의 평균 통증 지수가 일반 수술 그룹의 평균 통증 지수보다 약 55.4% 더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마코 로봇을 활용한 인공관절술은 최적의 절삭량을 찾아 수술 후 통증과 회복기간을 줄이는 데 탁월해 최근 각광받고 있다. 사진/힘찬병원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