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저축은행들이 젊은 세대를 겨냥해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채널 구축에 나서고 있다. 집값이 더 오르기 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뜻의 신조어)'을 통해 주택을 구매하려는 2030세대들이 증가하면서 온라인 영업을 강화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저축은행들이 젊은 고객층을 겨냥해 비대면 주택대출 시스템을 도입 및 강화하면서 연체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사진은 서울에서 영업 중인 한 저축은행 지점. 사진/뉴시스
12일 업계에 따르면 저축은행들은 비대면으로 주담대가 가능한 시스템 도입 및 개선에 분주하다.
SBI저축은행은 '디지털 강화 프로젝트' 수행 업체를 선정하기 위해 입찰 공고를 냈다. 이달 28일까지 요청 서류를 제출한 사업자 가운데 한 곳을 선정해 프로젝트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사업자 전용 비대면 주담대 상품의 대출 프로세스를 고도화한다. 대출 신청부터 약정, 사후관리 등을 한 번에 관리할 수 있는 원 프로세스(One Process)를 도입해 업무 속도를 높인다. 모바일 신용대출 애플리케이션 'SBI 바빌론' 인증 기능도 강화한다. SNS간편인증, 생체인증 등 간편 인증 기능을 선보이고 추가 대출 영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푸시(Push) 기능'을 더한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비대면 대출 업무처리 효율성을 개선하고, 모바일 앱에 생체인증 등 간편인증 방식이 새롭게 들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OK저축은행은 이달 7일 차세대시스템 구축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업체를 선정하고 비대면 대출 프로세스를 확대하기로 했다. 이밖에 디지털 상담 기능을 강화한 통합컨택센터, 신규 종합여신 시스템 등을 종합적으로 도입할 방침이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8월 업계 최초로 전 과정을 비대면화한 주담대를 선보였다. 스크래핑(공공기관 및 타 금융사로부터 데이터를 가져와 가공하는 기술)과 전자등기 프로세스를 추가해 담보물 조사, 근저당권 설정 등의 대면 과정을 대체했다. 추후 페퍼저축은행은 대환 대출건까지 비대면 주담대를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이처럼 저축은행 업계에서 비대면 주담대 대출 시스템을 확대 개편하는 데는 젊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시중 유동 자금이 부동산으로 쏠리면서 2030세대를 중심으로 대출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제출받은 '최근 2년(2018년 6월~ 2020년 6월)간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신규취급액' 자료에 따르면, 30대의 대출 취급액은 102조7000억원으로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았다. 20대의 경우 올해 5월 기준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25조1000억원을 기록해 2년 전에 비해 71.8% 증가했다. 시중은행 대출 수요 일부가 저축은행으로 이동하는 것을 고려하면 저축은행 주담대 또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선 저축은행의 행보가 부채를 급격하게 증가시키고 연체율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상대적으로 축적 자산이 적은 젊은층을 공략해 대출 영업을 확대할 경우 부동산 불확실성에 더 취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혜영 의원은 "계속된 집값 폭등으로 인해 청년세대에 자산 격차 확대 등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면서 그 부담이 청년 세대의 부채 급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