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국내 조선 빅3의 해양 부문 일감이 점차 바닥을 드러내는 가운데 내년엔 발주물량이 늘어날 것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신조 수주가 급한 만큼 중국과의 수주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는 코로나19, 저유가 여파로 해양플랜트 발주 계획이 줄줄이 미뤄졌다.
우선 호주 에너지사 우드사이드는 브라우즈(Browse) 가스개발 프로젝트의 FID(최종투자결정)를 당초 내년 말에서 2023년으로 연기했다. 또 토달의 미국 부유식 원유·가스생산설비(FPU), 캐나다 베이두노르드(Bay du Nord) FPSO(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 입찰 모두 기약없이 연기됐다.
올해 현재까지 나온 FPSO 물량은 호주 바로사 프로젝트 한 건뿐이었다. 이마저도 일본 미쓰이해양개발(MODE)이 가져갔다. 사업규모는 15억달러(1조7000억원)이며 MODEC은 FPSO 설계부터 건조까지 책임지게 된다. 당시 국내 조선사인
삼성중공업(010140)이 기본설계(FEED) 계약까지 체결하며 수주가 유력했으나 최종적으로 불발됐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세계 최대 규모 FPSO. 사진/삼성중공업
이에 따라 국내 조선사의 해양 일감도 말라간다. 현대중공업의 해양 일감은 2018년 수주한 킹스키 반잠수식원유생산설비(FPS) 프로젝트뿐이다. 내년 상반기면 일감이 모두 소진될 예정이다. 삼성중공업은 2022년 상반기 해양플랜트 2기를 인도하면 일감이 바닥난다.
대우조선해양(042660)도 비슷한 시기에 일감이 소진된다.
이런 가운데 내년에는 해양플랜트 발주가 재개될 것이란 희망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노르웨이 에너지 컨설팅사 라이스타드 에너지(Rystad Energy)는 내년에 FPSO 7기가 발주될 것이란 전망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중국 Lufeng 12-3 △브라질 Bacalhau △브라질 Mero 3 △가나 Prosperity △베트남 Nam Du △포클랜드 Sea Lion △인도 Forel 등이 거론되고 있다.
FPSO는 최소 1조원 이상에서 계약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국내 조선사가 해양플랜트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이유이기도 하다. 올해 내내 조선업계를 괴롭혔던 발주가뭄이 내년부터 점차 개선될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조선·해양연구기관 한 관계자는 "최근 에너지업계에 재생에너지 바람이 불고 있음에도 전세계 인구 증가로 석유 소비량이 일정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며 "올해 FPSO 발주가 거의 없었던 것을 감안하면 내년에는 물량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조선사가 FPSO를 수주하기 위해선 넘어야할 산이 존재한다. 바로 중국의 저가수주 공세다. 전 세계에서 FPSO를 건조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 중국, 일본과 싱가포르 등을 들 수 있는 데, 인건비 및 기자재가 가장 저렴한 곳은 단연 중국이다. FPSO 건조에는 많은 인력이 필요한 만큼 인건비가 가격 결정 요소로 작용한다. 라이스타드 에너지는 중국에서 FPSO 선체를 건조하는데 드는 비용이 입방미터당 94달러로 추산했다. 한국은 111달러로 중국보다 17달러 더 든다. 싱가포르는 128달러이며 일본은 135달러로 가장 높았다.
특히 중국은 자국이 보유하고 있는 자원을 꾸준히 발굴하며 다양한 해양플랜트 레퍼런스를 쌓았다. 현재 전 세계에서 건조되는 FPSO 28기 중 15기가 중국에서 만들어 지고 있다.
이 관계자는 "중국은 값싼 인건비와 기자재로 건조비용이 낮고 그동안 쌓은 레퍼런스도 무시할 수 없다"며 "한국과의 수주 경쟁에서 쉽게 밀리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